이은봉의 <삼계탕>
삼계탕 초등학교를 졸업하며 고향을 떠난 후 평생을 이 도시, 저 도시 떠돌아다니며 살았다/ 자취를 하거나 하숙을 하거나……먹은 것이 부실해 늘 비실거렸다/ 중학교 다닐 때, 고등학교 다닐 때, 개학을 하고 좀 지쳐 있을 때, 집 떠난 지 어느덧 한 달쯤 되었을 때/ 주춤주춤 식목일이 왔다 한식일이 왔다 청명일이 왔다 주말에 잇닿은 휴일이 왔다/ 비실거리며 고향집 문턱을 들어서면 와락, 밀려들던 삼계탕 냄새./ 어머니는 객지에서 고생하는 장남을 위해 올해 한식일에도 삼계탕을 끓였다/ 멋쩍고 미안하고 죄스러워 어머니, 고마워요 낮고, 작고, 조그맣게 겨우 한 마디 뱉었다/ 닭을 잡아 뱃속에 찹쌀, 마늘, 인삼, 대추, 밤, 호박씨 등을 넣고 푹푹 끓인 삼계탕 한 그릇을 먹고 나면,/ ..
시평
2023. 6. 20. 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