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의 <족발>
족발 각을 뜬 발들은 꽃잎처럼 얇다/ 꿀꿀거리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으나/ 접시 위에 핀 꽃잎들은 귀 뜀을 해준다/ 더 갈 수 없을 때/ 꽃은 필 수 있다고/ 꽃이란 피할 수 없는 어떤 걸음,/ 혹은 희생이라는 것/ 가장 예쁜 꽃잎은/ 시궁창 속으로 가장 자주 지나간 부위라는 것/ 인간의 사랑 같은 것도/ 갈라지고 터진 발가락 같은 곳에 가끔씩 산다고/ 입 안에서 녹으면 귀가 간지럽다고/ 꿀꿀대며 내 말을 하지 말라고/ 황학주의 전문. 아~아, 돼지의 슬픔이여, 족발의 희생이여, 미식가의 쾌락이여, 인간의 황홀함이여, 영혼의 영광이여, ……,어서 오라 그대들과 강변 살자. 가죽을 벗긴 발들은 꽃잎 되어 흔들리고, 꿀꿀거리는 소리는 혼미한 상태, 접시 위의 꽃잎들은 어디로 갈까. 산으로 갈까 바다로 갈까..
시평
2023. 6. 13. 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