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규의 <어처구니>
어처구니 이덕규 이른 봄날이었습니다/ 마늘밭에 덮어 놓았던 비닐을/ 겨울 속치마 벗기듯 확 걷어버렸는데요/ 거기, 아주 예민한 숫처녀 성감대 같은/ 노란 마늘 싹들이/ 이제 막 눈을 뜨기 시작했는데요/ 나도 모르게 그걸 살짝 건드려 보고는/ 갑자기 손끝이 후끈거려서 또/ 그 옆, 어떤 싹눈이 오롯이 맺혀 있는/ 물방울을 두근두근 만져보려는데요/ 세상에나! 맑고 깨끗해서/ 속이 환히 다 비치는 그 물방울이요/ 아 글쎄 탱탱한 알몸의 그 잡년이요/ 내 손가락 끝에 닿기도 전에 그냥 와락/ 단번에 앵겨붙는 거였습니다.// 어쩝니까 벌건 대낮에/ 한바탕 잘 젖었다 싶었는데요/ 근데요, 이를 또 어쩌지요/ 손가락이, 손가락이 굽어지질 않습니다요. 이덕규 시인의 어처구니>의 전문이다. *..
시평
2023. 5. 5. 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