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강회
비등점에 도달하기 직전의 고요한 물 같은/ 맑고 투명한 삼월의 햇볕// 살짝 데쳐낸 새파란 미나리 줄기,/ 한결 나긋나긋해진 줄자 돌돌 감아가며 재보는/ 연두에서 초록까지의 보폭//
연두가 금시 초록을 따라잡았다가/ 초록이 잠시 연두를 따돌리다가/ 하프 소리보다 경쾌한 걸음걸이로 다가오는// 봄· 봄· 봄·//
여기 섬섬옥수/ 정갈하게 옮겨 담은 한 접시 향긋함 앞에서/ 그만 뒷바퀴부터 아삭아삭 연해지더니/ 오소소 솜털 드러난 가늘고 긴 목덜미로/ 실크스카프처럼 와 감기는 새콤달콤 초고추장맛 봄바람//
얼음장 아래 삼동을 기다리게 해놓고선/ 따뜻한 한 모금 청주 넘기듯/ 보드랍고 순하게 지워지는/ 겨울과 봄 사이의 경계//
이인원 시인의 <미나리강회>
<어설픈 해설>
얼음장 아래에서 긴 겨울을 지내고 새봄이 되자 새파랗게 돋아나는 겨울과 봄 사이 경계의 꽃이여……, 새콤달콤, 초고추장 맛, 그 맛, 봄바람 타고 오지요.
비등점에 도달하기 직전의 고요한 물 같은, 맑고 투명한 삼월의 햇볕 아래에서 살짝 데쳐낸 새파란 미나리 줄기……, 한결 나긋나긋해진 그 모습이 기다란 줄자처럼 칭칭 감기는 연두에서 초록 사이의 보폭.
연두가 금시 초록을 따라잡았다가, 초록이 잠시 연두를 따돌리다가, 하프 소리보다 더 경쾌한 걸음으로 다가오는……, 그 경쾌함이여! 가벼움이여! 소소함이여!
여기 섬섬옥수 정갈하게 옮겨 담은 한 접시 향긋함 앞에서 고개를 쭉 빼고 보다가, 이런 날엔 탁배기 한 잔이 어울리겠나……, 아니, 이런 안주에는 따뜻한 청주 한 잔이 더 어울리겠지. 주안상 차리자.
동의보감에 미나리는 갈증을 풀어주고 머리를 맑게 해주며 주독을 제거해줄 뿐만 아니라 대소장을 잘 통하게 하고 황달. 부인병. 음주 후의 두통이나 구토에 효과적이라고 전하니 얼마나 귀중한 식물이던가.
이인원 시인(1952년~현재)은 경상북도 문경 출신으로 숙명여대를 졸업하고 199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잡지사 기자 등을 역임.
시집으로 『마음에 살을 베이다』, 『사람아 사랑아』, 『빨간 것은 사과』, 『궁금함의 정량』, 『그래도 분홍색으로 질문했다』 등이 있고 현대시학작품상 등을 수상하였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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