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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의 <쑥개떡>

시평

by 웅석봉1 2023. 6. 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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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개떡

 

그립다, 둘러앉아 쑤군덕거리면서/ 한 식구 한 이웃이 같이들 먹던 쑥버무리가/ 쌀가루보다 쑥이 더 많아서/ 너무 자란 줄기가 너무 질겨서/ 씹다가도 손가락으로 골라내야 했던 쑥개떡이//

 

속이 매스꺼울 때마다/ 입 속에 쓴 물이 고일 때마다/ 쓴맛이 단맛인 줄을 알아버린 혓바닥이 찾는/ 보릿고개 적의 끼니, 별식 아닌 음식/ 시퍼런 쑥버무리 주먹 같던 씁쓰레한 쑥개떡//

 

황량했던 쑥대밭 세상 쑥대머리 시대 시대를/ 시퍼렇고 시꺼먼 쑥대궁으로 살아남아/ 문득문득 쑥개떡 쑥버무리가 땡기는 날/ 혼자 걸어가 사 먹어 보다가//

 

이건 아니다, 너무 달고 너무 보드랍다/ 내 맛은 질금질금 씹히는 쑥대궁에 쓰건 맛이라고/ 위장과 어금니와 혓바닥이/ 한 몸 한 목청으로 투덜거린다/ 쑥대밭 쑥대궁이 되어버린 줄 모르느냐고,//

 

유안진의 <쑥개떡> 전문.

 

 

(어설픈 해설)

 

쑥이 몸에 좋다는 말은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생략하고……

 

쑥을 가지고 많은 음식을 만들 수 있겠는데, 우선 쑥을 재료로 떡을 만들면 쑥떡이 되고, 버무리를 만들면 쑥버무리가 되고, 인절미를 만들면 쑥인절미가 되고. 털털이를 만들면 쑥털털이가 되고 대궁을 만들면 쑥대궁이 되고, 개떡을 만들면 쑥개떡이 되나니……

 

쑥은 요상한 물건이라 황량했던 쑥대밭을 지나서, 쑥대머리 시대 시대를 지나고, 시퍼렇고 시커먼 쑥대궁으로 살아남아, 문득문득 쑥개떡 쑥버무리가 땡기는 날, 혼자 걸어가 사 먹어 보다가…… 이건 아니다, 너무 달고 너무 보드랍다.

 

내 맛은 질금질금 씹히는 쑥대궁에 쓰건 맛이라, 위장과 어금니와 혓바닥이 한 몸 한 목청으로 투덜거리고, 쑥대밭 쑥대궁이 되어버린 줄 모르느냐고, ~그립다. 둘러앉아 쑤군덕거리면서 한 식구 한 이웃이 같이 먹던 쑥버무리가……

 

유안진(柳岸津 1941~현재) 경북 안동 출신 서울대 졸. 1965현대문학의 추천으로 등단. 첫 시집 달하을 비롯 거짓말로 참말 하기등 시집 15, 수필집 그리운 말 한마디등 다수의 저서가 있고, 공초문학상. 목월 문학상. 김달진 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월탄 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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