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발
각을 뜬 발들은 꽃잎처럼 얇다/ 꿀꿀거리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으나/ 접시 위에 핀 꽃잎들은 귀 뜀을 해준다/ 더 갈 수 없을 때/ 꽃은 필 수 있다고/ 꽃이란 피할 수 없는 어떤 걸음,/ 혹은 희생이라는 것/ 가장 예쁜 꽃잎은/ 시궁창 속으로 가장 자주 지나간 부위라는 것/ 인간의 사랑 같은 것도/ 갈라지고 터진 발가락 같은 곳에 가끔씩 산다고/ 입 안에서 녹으면 귀가 간지럽다고/ 꿀꿀대며 내 말을 하지 말라고/
황학주의 <족발> 전문.
<어설픈 해설>
아~아, 돼지의 슬픔이여, 족발의 희생이여, 미식가의 쾌락이여, 인간의 황홀함이여, 영혼의 영광이여, ……,어서 오라 그대들과 강변 살자.
가죽을 벗긴 발들은 꽃잎 되어 흔들리고, 꿀꿀거리는 소리는 혼미한 상태, 접시 위의 꽃잎들은 어디로 갈까. 산으로 갈까 바다로 갈까 들로 갈까, 입으로 들어갈까나……,
더 갈 수 없을 때 꽃은 필 수 있다고, 꽃이란 피할 수 없는 어떤 걸음, 혹은 희생이라는 것, 가장 예쁜 꽃잎은 시궁창 속으로 가장 자주 지나간 부위라는 것, 인간의 사랑 같은 것도 갈라지고 터진 발가락 같은 곳에 가끔씩 산다고,
입 안에서 녹으면 귀가 간지럽다고 꿀꿀대며 내 말을 하지 말라고……하지만 슬퍼하지 마시라……, 돼지의 쓸개는 독사의 독을 제거하는데 가장 강력한 해독제가 아니었던가……
죽어서도 죽지 않는 우리의 족발이여, 어서 오라, 그대와 강변 가서 살아볼까나…
황학주(1954~현재) 시인은 광주 출신으로 우석대학교을 졸업하고 1987년 시집 『사람』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내가 드디어 하나님 보다』, 『갈 수 없는 쓸쓸함』, 『늦게 가는 것으로 길을 삼는다』, 『너무나 얇은 生의 담요』, 『루시』, 『저녁의 연인들』, 『노랑 꼬리연』, 『某月 某日의 별자리』, 등이 있다.
시선집으로 『슬픔의 온도』, 시화집으로『귀가』, 『두 사람의 집 짓는 희망』, 산문집으로 『땅의 연인들』, 장편소설로 『세 가지 사랑』이 있다. 그래서 시인은 소설가요 작가다.
서정시학 작품상, 애지 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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