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
엄마의 맛// 엄마가 나를 낳고 미역국 먹을 때/ 더운 국물 먹고 눈물 같은 땀을 쏟아낼 때/ 길고 어두웠던 산고가 비로소 씻겨나갔다고// 열 달을 품었던 생명 쏟아내고/ 이 땅, 엄마의 엄마 할머니의 할머니가 먹었던 미역국/ 텅 빈 자궁을 채우고 생살을 아물게 하는/ 미역국에서 엄마가 나왔다// 외로운 산모들을 치유한 눈물 같은 국이었으니/ 이상도 하지/ 미역국 먹으면 분노도 고통도 사라지고/ 순한 고요가 몸 가득 출렁이지/ 몸이 곧 마음인 걸 믿게 하는 국이지// 마음이 허한 날은 미역국을 끓인다/ 입 안에 부드럽게 감기는 푸른 바다// 미역국을 먹고 엄마가 되었다/ 엄마를 알았다//
이규리의 <미역국> 전문,
<어설픈 해설>
시인은 여성이다. 그래서 산모의 경험이 있을 것이고 그래서 산고의 고통을 잘 이해할 것이고, 그러니 이런 시가 나왔으며 더 절실할 것이리라……
미역은 철분. 칼슘. 아이오딘의 함유량이 풍부하여 보혈과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그래서 미역은 아기를 낳은 산모가 어김없이 먹는 음식이 되었다. 열 달을 품었던 생명을 쏟아 냈으니 얼마나 힘들고 피도 뼈도 부족했을까……산모가 아니면 아무도 모른다.
산모의 음식은 밥은 반 그릇이라도 미역국은 한 그릇이다. 아니 두 그릇이라도 좋다.
요즘도 생일이면 미역국을 끓여 먹는다. 그런데 정작 먹어야 할 사람은 생일 당사자가 아니라 당사자의 엄마다. 열 달을 뱃속에서 품었으니……, 그러니 당사자가 아니라 그를 품은 엄마가 먹어야 하리라.
또 있다. 참, 이상도 하지, 미역국을 먹으면 분노도 고통도 사라지고, 순한 고요가 몸 가득 출렁이지, 몸이 곧 마음인 걸 믿게 하는 국이지, 마음이 허한 날은 미역국을 끓이지, 입 안에 부드럽게 감기는 푸른 바다지. 옳거니 그렇지……
미역국을 먹고 엄마가 되었네, 아니 엄마의 고통을 알게 되었다네, 아니 미역국이 바로 엄마의 맛인 것을……이 세상 여성들이여! 이 시 한 수로 그대들의 위대함을 이제 알겠노라……감사드리노라.
이규리(1955년~현재) 시인은 경북 문경 출신으로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9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앤디 워홀의 생각』, 『뒷모습』,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당신은 첫눈입니까』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는 『시의 인기척』, 『돌려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사랑의 다른 이름』이 있으며 질마재 문학상. 대구시인협회상. 시산맥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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