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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의 <객주리 조림>

시평

by 웅석봉1 2023. 6. 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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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주리 조림*

 

공복空腹이 추사유적지를 돌아 용머리해안으로 내려온다/ 산란함은 가라앉히고 평온함으로 길을 내/ 모슬포 부두식당에 들어선다/

 

따뜻한 공복이 생선조림을 부른다/ 지천의 봄꽃이 귀하듯 객주리가 귀한 인연으로 내게 온다/ 객주리, 어느 물길 타고 여기 와 나하고 만난 것이냐/ 제주 겨울 무와 감자 함께 졸인 것에 볶은 메주콩이 곁들여진다/

 

이목구심耳目口心이 순해진다/ 공복감과 포만감 사이 객주리 한 마리가 하초를 타고 흐른다/ 지수화풍地水火風의 조화가 고요한 에너지가 된다//

 

사시장춘四時長春,/ 내 몸이 늘 봄날이다/ *객주리: 쥐치의 제주 망언.

 

이명수 시인의 <객주리 조림> 전문.

 

 

<어설픈 해설>

 

쇠똥도 약에 쓰려면 귀한 법이라, 아무리 꽃피는 봄날이라도 찾고자 하는 그 꽃은 보이지 않으니, 객주리가 아무리 흔하다 한들, 쉬이 잡히겠는가.

 

추사유적지를 돌아 용머리해안으로 내려서니 배가 고프다. 그러나 산란한 심사를 누르고 평온한 기운으로 또다시 모슬포항까지 내려오니 배가 더욱 고프다.

 

그래서 작은 식당으로 들어서서 생선조림을 시킨다. 그런데 그 생선조림이 눈이 쥐와 같이 조그마한……그래서 쥐치라는 마침 시인이 좋아하는 객주리 조림이라,

 

~ 그 귀한 객주리를 여기서 만나니 어느 물길 타고 여기 와 나를 만난 것이냐. 만나도 그냥 만난 것이 아니라 제주 무와 감자까지……, 게다가 메주콩까지 곁들이니 이 아니 반가울쏜가!

 

그래서 시인은 즐거운 노래를 부른다. 귀와 눈과 입이 즐거우니 마음 까지 즐겁구나. 그 옛날 조선의 서자 출신 이덕무 시인이 환생한 것처럼 고맙고 즐겁다.

 

그뿐 아니다. 객주리 한 마리가 소장 대장을 타고 발목으로 흐르니 온 천지가 조화롭게 흘러와서 고요한 에너지가 되나니

 

사시장춘, 늘 봄날이라, 육지 출신인 시인은 따뜻한 봄날이면 노상 제주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니……, 제주 풍습이며 지리도 밝으니, 제주 사람들의 인심도 꿰뚫고 있으리.

 

耳目口心, 地水火風. 四時長春이라, 이런 다기능적인 한자어를 구사하는 시인이 나는 감사하고 부러울 뿐이다. ~ 부럽도다.

 

 

이명수(1945~현재) 경기도 고양 출생. 공주사대 국어 교육과 건국대 대학원 졸업. 1975년 월간 시지 <심상>(박목월 시인 추천)으로 등단. 충남 시인협회 회장. 한국시인협회 이사. 계간 시지 <시로 여는 세상> 대표.

 

시집으로 공한지, 울기 좋은 곳을 안다, 風馬 룽다, 바람코지에 두고 간다, 시선집 배수 광인에게 길을 묻다』 『카뮈에게등이 있고 한국 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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