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경의 <멸치볶음>
멸치볶음 중학생 시절 내 도시락에는/ 김치나 계란말이 대신/ 보리밥에 멸치뿐이었지./ 겨울이면 교실 난로 위엔 도시락이 쌓였지./ 교실은 김치 익는 냄새가 진동했지.// 나는 도시락을 난로 위에 안 올렸지./ 보리밥이 누룽지 되는 것도 싫고/ 난로 위에서 익은 김치는 더 싫어서/ 그냥 뜨거운 보리차에 찬밥을 말아/ 볶은 멸치 씹는 맛으로 먹었지.// 살짝 볶은 작은 멸치에 송송 썬 고추와/ 마늘, 생강, 간장, 물엿 등을 넣고/ 참기름에 한 번 더 볶은 다음/ 그 위에 깨를 뿌린 멸치볶음,/ 씹을수록 우러나는 고소한 맛이라니!// 요리하기 쉽고 영양가도 높아/ 수십 년 내 약골의 몸을 지탱해 준/ 우리 집의 단골 밑반찬 멸치볶음,/ 이제는 내 술 안주상까지 차지한 걸 보면/ 멸치는..
시평
2023. 8. 30. 0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