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막 조개
동네 사람들은/ 재첩을 꼬막 조개라고 불렀다./ 커다란 바위 뒤 물 속/ 잔자갈들 속에서 살았다./ 아이들 엄지손톱만 한 것부터/ 아버지 엄지손톱만 한 것까지 있었다.//
어쩌다가 다슬기 속에 꼬막 조개가 있으면/ 건져 마당에다가 던져 버렸다./ 꼬막 조개가 있으면 다슬기 국물이 파랗지 않고/ 뽀얀했다//
강에 큰물이 불면/ 꼬막 조개 껍질이/ 둥둥 떠내려갔다.//
어느 해부턴가/ 꼬막 조개가 앞 강에서 사라졌다./ 어른이 되어 하동에 갔더니/ 온통 재첩국집이었다./ 나는 재첩이 무엇인지 그때 알았다.//
우리 동네에서 사라진/ 꼬막 조개가 하동에서/ 재첩이 되어있었다/ 시원하고 맛있었다.//
김용택 시인의 <꼬막 조개> 전문.
<어설픈 해설>
조개에는 종류가 많다. 조개는 단단한 껍데기로 몸을 둘러싸고 있는 연체동물이다. 보통은 두 장의 딱딱한 껍데기(조가비)를 가진 이매패류를 가리키나,
복족류(삿갓조개. 고둥류 등), 굴족류(뿔조개 등) 등 다른 어패류를 총칭하여 조개로 불리기도 한다.
이매패류에는 가리비. 가리맛조개. 굴. 꼬막. 피조개. 백합. 바지락. 재첩. 새조개. 키조개. 홍합 등이고, 복족류에는 개오지. 골뱅이. 소라. 전복. 청자고둥 등이다.
음식은 사람들이 먹고 살아가는 양식이다. 같은 음식이라도 지역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각양각색이더라. 꼬막 조개만 하더라도 경상도에서는 꼬막 조개라 부르지 않는다. 그럼, 재첩?
꼬막은 고흥. 보성. 순천. 여수 등 남해안 갯벌 지역에 주로 서식하며 제철은 여름철을 제외하면 어느 계절이나 상관없더라.
꼬막과 비슷한 과에는 바지락이란 놈도 있다. 이놈은 꼬막보다는 좀 큰 놈이긴 하다만, 이놈을 끓여서 칼국수를 해 먹으면 제맛이다. 이름하여 <바지락 칼국수>!
또한 다슬기란 놈도 있다. 이놈은 생태가 다르다. 이놈은 민물에서만 산다. 그것도 일급수에서만 사는 고고한 놈이다. 이놈은 강 속의 바위나 돌을 기면서 사는데, 여름이 제철이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경상도에서는) 재첩은 꼬막과는 좀 다르다. 아니, <꼬막>과 <꼬막 조개>가 다를지는 모르겠다.
재첩은 갯벌이 아니라 모래사장에서 자란다. 잔모래가 많은 섬진강 하동포구에 가면 재첩국집이 많다.
전라도에서는 꼬막 조개를 재첩으로 부르는 모양이다. 지역의 차이로 이름도 다르겠다. 재첩은 시인의 말대로 영양가가 높음은 물론이고, 시원하고 맛도 일품이다. 특히 술 마신 뒤에는 숙취 해소에 그만이다.
김용택 시인(1948년~ 현재)은 전북 임실 출신으로 순창농림고를 졸업하고, 2008년 8월까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였고, 1982년 《창작과 비평 21》 시 〈섬진강〉 외 8편으로 등단.
시집으로 『섬진강』, 『맑은 물』, 『사람들은 왜 모를까』, 『누이야 날이 저문다』, 『그리운 꽃 편지』, 『강 같은 세월』, 『그 여자네 집』, 『그대, 거침없는 사랑』, 『그래서 당신』, 등.
산문집으로 『작은 마을』,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섬진강 이야기』,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인생』 등. 장편 동화로 『옥이야 진메야』, 성장소설로 『정님이』가 있고,
동시집으로 『콩, 너는 죽었다』, 『내 똥 내 밥』이 있다. 김수영 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수상 등. 전북 환경운동 공동의장. 전북작가회의 회장 등을 역임함.
*위 시 <콩, 너는 죽었다>라는 시는 현대의 이야기는 아니다. 옛날 옛적에 시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이리라.
가을이 되면, 콩깍지를 맨땅에 올려놓고 큰 막대기로 두드려서 수확하는데, 이를 콩 타작이라 하더라. 그럴 때는 콩이 맨땅을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때로는 그런 콩 중에는 작은 숨구멍으로 들어가면 찾기가 어렵게 될 때가 있다. 그때 쓰는 문자가 “콩 너는 죽었다”이겠지. 참 재미있는 표현이다.
*김용택 시인은 요즘 고향 임실의 섬진강 주변의 회문산 아래 <회문재>라는 그의 서재에서 시를 짓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살아가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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