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산의 <손님>
「손님」 내가 사는 산에 기댄 집, 눈 내린 아침/ 뒷마당엔 주먹만 한 발자국들/ 여기저기 어지럽게 찍혀 있다/ 발자국은 산에서 내려왔다, 간혹/ 한밤중 산을 찢는 노루의 비명을/ 삼킨 짐승일까// 내가 잠든 방 봉창 아래에서 오래 서성이었다/ 밤새 내 숨소리 듣고 있었는가/ 내 꿈을 다 읽고 있었는가/ 어쩐지 그가 보고 싶어 나는 가슴이 뜨거워진다/ 몸을 숨겨 찾아온 벗들의 피 묻은 발자국인 양/ 국경을 넘어온 화약을 안은 사람들인 양/ 곧 교전이라도 벌어질 듯이/ 눈 덮인 산은 무섭도록 고요하다// 거세된 내 야성에 피를 끓이러 왔는가/ 세상의 저 비루먹은 대열에 끼지 못해 안달하다/ 더 이상 목숨의 경계에서 피 흘리지 않는/ 문드러진 발톱을 마저 으깨버리려고 왔는가/ 누가 날 데리러 저 머나먼 광야..
시평
2023. 12. 10. 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