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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산의 <손님>

시평

by 웅석봉1 2023. 12. 1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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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내가 사는 산에 기댄 집, 눈 내린 아침/ 뒷마당엔 주먹만 한 발자국들/ 여기저기 어지럽게 찍혀 있다/ 발자국은 산에서 내려왔다, 간혹/ 한밤중 산을 찢는 노루의 비명을/ 삼킨 짐승일까//

 

내가 잠든 방 봉창 아래에서 오래 서성이었다/ 밤새 내 숨소리 듣고 있었는가/ 내 꿈을 다 읽고 있었는가/ 어쩐지 그가 보고 싶어 나는 가슴이 뜨거워진다/ 몸을 숨겨 찾아온 벗들의 피 묻은 발자국인 양/ 국경을 넘어온 화약을 안은 사람들인 양/ 곧 교전이라도 벌어질 듯이/ 눈 덮인 산은 무섭도록 고요하다//

 

거세된 내 야성에 피를 끓이러 왔는가/ 세상의 저 비루먹은 대열에 끼지 못해 안달하다/ 더 이상 목숨의 경계에서 피 흘리지 않는/ 문드러진 발톱을 마저 으깨버리려고 왔는가/ 누가 날 데리러 저 머나먼 광야에서 왔는가/ 눈 덮인 산은 칼날처럼 고요하고/ 날이 선 두 눈에 시퍼런 불꽃을/ 뚝뚝 떨구며 그는 어디로 갔을까//

 

백무산의 시인의 손님전문.

 

<시인 소개>

 

백무산 (1955~ 본명 봉석)은 경북 영천에서 출생하여 1984민중시1집에 지옥선등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함.

 

1974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하여 노동자로 일하다가, 노동해방문학편집위원을 지냈으며, 1992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됨. 박노해 등과 함께 1980년대 노동 시를 대표하는 시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시집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1988년 말부터 1989년 초까지 약 4개월여에 걸쳐 진행된, 울산 현대중공업 대파업 투쟁을 한편의 완결된 장시로, ‘정치조직을 통한 노동자 계급의 권력 획득을 선언하고, 노동계급의 투쟁을 직설적으로 노래한 것으로 평가된다.

 

백무산은 1990년대 이후에도 꾸준한 작품활동을 하면서 자본의 폭력성에 대한 근원적 비판이나 생태 문제 등으로 관심의 폭을 넓혀 나가, 자본의 가치를 넘어선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천착(穿鑿)을 시에 담아내고 있다.

 

시집으로 만국의 노동자여,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 인간의 시간, 길은 광야의 것이다, 초심, 길 밖의 길, 거대한 일상, 그 모든 가장자리, 폐허를 인양하다,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가 있으며,

 

그 외 시선집으로 그대 없이 저녁은 오고가 있고, 맹문재, 조정환과 함께 전태일 열사에 대한 헌시(獻詩) 집인 완전에 가까운 결단의 편자로 참여하기도 함.

 

이산문학상. 만해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오장환문학상. 임화문학상. 대산문학상. 백석문학상 등을 수상함.

 

*“어쩐지 그가 보고 싶어 나는 가슴이 뜨거워진다.”

시의 제목이 손님이니, 여기서 그는 분명한 손님일 터, 그는 하나가 아니라 분명 여럿일 터,……, 그는 과연 누구누구일까! 나무위키등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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