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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조의 <첫눈>

시평

by 웅석봉1 2023. 4. 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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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소리 없는

인기척에

창을 열고 내다본다

 

, 그래

너였구나

다소곳한 옷매무새

 

천국은 여전하더냐

내게 안부 전하더냐.

 

 

서석조 시인의 <첫눈> 전문.

 

 

<어설픈 해설>

 

눈은 희고 깨끗함의 상징이겠다. 하물며 첫눈이야 오죽하랴. 그런데 어느 날 시인은 창문을 열었더니 소리 없이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얼마나 반가웠으면 <, 그래 너였구나> 하면서 신발도 벗은 채 마당으로 내달았을까.

 

그런데 아차 내가 너무 경솔했나. 신발이나 신고 맞이해야지 마음먹고 다가서니 문득 천국이 궁금하였다. 그래서 시인은 묻는다. 천국은 안녕하시고 또 천국이 나에게 안부를 묻더냐고 되묻는다. 시인은 첫눈을 맞이하면서 첫눈과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대화가 중요하다. 사람과 사람과의 대화야 늘 하는 일이지만 사람과 무생물과의 대화가 더 중요하다. 옛 시절 퇴계 이황(1501~1570)은 매화를 지극히 사랑하였다. 그래서 그는 매화를 매형이라고 불렀고 죽으면서 제자 이덕홍에게 저 매화나무에 물을 주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가셨다.

 

여기서 이황의 매화 사랑을 시로 남겼는데 여기 소개하면

 

<한성의 집에 있는 분재 매화와 주고 받다>에서

 

<고맙게도 그대 매화 나의 외로움 함께하니/ 나그네 쓸쓸해도 꿈만은 향기롭다네/ 귀향길 그대와 함께 못가 한스럽지만/ 서울 세속에서도 고운 자태 간직하게나>

 

이렇게 노래하니 이에 매화가 다음과 같이 화답하였다.

 

<듣건대 선생도 우리처럼 외롭다 하니/ 그대가 돌아온 후 향기를 피우리라/ 바라건대 그대 언제 어디서나/ 옥과 눈처럼 맑고 참 됨 잘 간직하소서>

 

이렇듯 이황 선생도 무생물과 대화하지 않는가!

 

또한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눈과 매화가 닮았다는 사실이다. 눈도 매화도 겨울에 꽃을 피운다는 것과 그 꽃이 청초하고 고고하다는 사실이다. 매화의 청초와 고고는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눈꽃도 매화에 못지않게 청초하고 고고하더라.

 

시인과 나도 매화와 눈꽃만큼이나 인연이 깊다. 부산에서 같은 고등학교에서 수학했으며 농협이란 직장에서 같은 시기에 근무했으며, 특히 산청이라는 좁은 고을에서 사무소장이라는 자리를 번갈아 가면서 맡았으니 작은 인연은 아닐 것이다.

 

그런 시인인데 요즘도 활발한 시작 활동을 하고 있어 더욱 마음 든든하다. 시인의 건강과 끊임없는 활동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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