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생이국
얼어붙은 겨울 아침/ 두레 밥상인데/ 진초록 바다풀 남실/ 흰 사발마다 담겨 있네/ 뉘도 모르는 사랑에 막 빠진 처녀처럼/ 펄펄 끓어 뜨거워도/
수줍어, 김 나는 기척도 없이/ 향긋하고 시원한/ 겨울 바다 한 소식을 전하네// 갯벌에 대나무 발 펼쳐/ 속눈썹에 맺히는 눈물처럼/ 남쪽 정결한 바다가 길러낸 것/
부지런한 내외가 쪽배에 엎드려/ 찬 손으로 뜯어 올릴 때/ 푸른 마음 함께 들어 올려져/ 흰 눈 펄펄 날리는 녹청 바다가/ 막사발 속에서 따뜻한 말을 거네/
김윤 시인의 <매생이국> 전문.
<어설픈 해설>
파래도 아닌 것이 모자반도 아닌 것이, 아무리 뜨거워도 뜨겁다는 표정도 없이 고고한 그대. 향은 또 누구를 닮았으며, 그 맛은 또 누구를 닮았는지 춘향이가 살아 돌아왔는지, 저 멀리 양귀비가 살아 돌아왔는지.
철분과 칼슘, 엽록소와 식이섬유 덩어리인 그대가 이 험한 바다에 어찌하여 살아서, 이렇게 인간을 혼란스럽게 하나니, 장하다 ……, 그대 매생이여.
뉘도 모르는 사랑에 막 빠진 처녀처럼, 펄펄 끓어 뜨거워도, 수줍어, 김 나는 기척도 없는, 향긋하고 시원한 겨울 바다 한 소식을 전하는 검은 보석이여 ……, 매생이여.
부지런한 내외가 쪽배에 엎드려, 찬 손으로 뜯어 올릴 때, 푸른 마음 함께 들어 올려져, 흰 눈 펄펄 날리는 녹청 바다가, 막사발 속에서 따뜻한 말을 거는 ……, 검은 보석이여 매생이여,
얼어붙은 겨울 아침, 두레 밥상 위에, 진초록 바다풀 남실거리고, 흰 사발마다 담겨 있는 검은 보석이여 ……, 매생이여.
갯벌에 대나무 발 치고, 속눈썹에 맺히는 눈물처럼, 남쪽 정결한 바다가 길러낸 검은 보석이여 ……, 매생이여, 매생이 진국이여.
김윤(1944년~현재) 시인은 전북 전주 출신으로 숙명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경기도 교육청 장학관. 경기도 문화상 수상하였으며
시집으로 『전혀 다른 아침』, 『지붕 위를 걷다』, 『아비뇽의 다리』, 등이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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