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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의 <북엇국>

시평

by 웅석봉1 2023. 7. 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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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엇국

 

설악산으로 떠난 친구 찾아가/ 밤새 술을 마시고/ 아침에 문을 미니 눈이 쌓여 문은 열리지 않고/ 방 안에 갇힌 채/ 친구가 끓여주던 북엇국/ “난 북엇국 하난 잘 끓여”/

 

으스대며 벽에 걸어 두었던 북어 한 마리 내려/ 잘게 뜯어 냄비 물에 넣고 끓인 뒤/ 파를 숭숭 썰어 넣고는/ 계란 하나 툭 깨서 넣어/ 넘치기 직전에 불에서 내려 후후 불며 나눠 먹던 북엇국/

 

밤새 마신 술에/ 울렁이던 속이며/ 깨질 것 같던 머리도 은근하게 달래주던/ 설악의 친구가 끓여주던 북엇국/ 고단한 살림살이/ 맺힌 울분도/ 어루만져 풀어주던,/ 그 한 몸 말리고 말려/

 

뼈까지 발라내져/ 마침내는 살점 점점이 뜯겨지고 끓여져/ 우리네 시름 달래주다니/ 우리네 아픔 만져주다니/ 그것은 음식이 아니라 약/ 그것은 음식이 아니라 도()/

 

유자효 시인의 북엇국 전문.

 

 

<어설픈 해설>

 

뼈까지 발라내져 마침내 살점 점점이 뜯어지고 끓여져. 우리네 시름 달래주나니, 우리네 아픔 만져주나니, 그것이 음식이 아니라 약이라, ……, 약이 바로 몸()이라, 그것이 북엇국이라는 말씀이나니.

 

북어(北漁)는 바로 명태(明太). 명태는 이름도 많지. 명태 새끼는 노가리. 물 명태는 생태. 덕장에서 얼리고 말리면 동태. 반 만 말리면 코다리 등등, 명태는 단백질과 비타민의 보고(寶庫), 명태는 방망이로 패야 부드러워……, 지나니, 그래야 제맛이 나나니.

 

명태는 어디서 자라는가. 물론 바다지, 그런데 어느 바다야. 저 북해지. 겨울에 북해서 나고 자라서 봄이 되면, 서서히 대한해협으로 들어오나니……, 그러면 우리 어부들이 잽싸게 잡나니.

 

설악으로 떠난 친구 찾아가 밤새 술을 마시고, 아침에 문을 미니 눈이 쌓여 문은 열리지 않고 방 안에 갇힌 채, 친구가 끓여주던 북엇국, “난 북엇국 하난 잘 끓여고마운 친구이나니.

 

설악의 친구가 끓여주던 북엇국, 고단한 살림살이 맺힌 울분도 어루만져 풀어주던, 그 한 몸 말리고 말려, 밤새……, 마신 술에, 울렁이던 속이며, 깨질 것 같던 머리도 은근하게 달래주나니. 고맙고, 감사한 친구이나니.

 

유자효(1947~현재) 시인은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불어과 졸업. 1974KBS 기자로 출발하여 1991SBS로 전직하여 논설실장으로 퇴임하고 한국방송기자클럽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2023)는 한국시인협회 회장으로 재직 중임.

 

1972시조문학신춘문예에 시조로 등단.

 

시집으로 포옹, 성자가 된 개, 아직, , 신라행, 심장과 뼈, 시선집으로 성스러운 뼈, 세한도, 시집해설서로 잠들지 못한 밤에 시를 읽었습니다, 번역서 이사도라 나의 사랑 나의 예술등이 있고,

 

정지용문학상. 김삿갓문학상. 유심작품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다음과 같은 시인의 유명한 짧은 시 한 편을 소개한다.

 

늦가을 청량리/ 할머니 둘/ 버스를 기다리며 속삭인다// 꼭 신설동에서 청량리 온 것만 하지? 유자효 <인생>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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