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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길 위의 풍경>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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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5. 1. 2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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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어떻게 느낄까?

 

맛을 느끼는 과정에서 혀()는 매우 중요한 임무(任務)를 맡고 있다. () 표면에는 맛을 느끼는 <맛봉오리(미뢰)>라는 센서가 다량 분포(分布)되어 있는데, 이 센서로 감지한 맛을 뇌()로 전달해 맛을 느낄 수 있다. 맛봉오리의 수()는 어른보다 어린이가 훨씬 많다.

 

<맛봉오리>가 감지할 수 있는 맛은 짠맛’, ‘신맛’, ‘단맛’, ‘쓴맛’, ‘감칠맛’, 이렇게 다섯 가지다. ‘매운맛이 빠져서 섭섭하다고? 매운맛은 맛봉오리가 느끼는 맛이 아니라 통증(痛症)으로 느낀다.

 

()을 질끈 감거나 손()으로 코()를 틀어막고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었던 경험을 떠올려보자. ()을 감거나 코()를 막으면 맛을 잘 느낄 수 없다.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코()로 냄새를 맡고 눈()으로 직접 봐야 한다. 우리는 혀()뿐만 아니라 눈()과 코()까지 동원해서 오감(五感)으로 맛을 느낀다.

 

과학 잡학사전 통조림 <인체 편><엮은이 키즈나출판 편집부, 옮긴이 서수지, 감수 이경훈, 하라다 도모유키(原田知辛) (사람과 나무 사이, 2023)>, 37쪽에서 인용.

 

*각설하고 올레길을 걸어보자.

 

제주올레, 길 위의 풍경21코스(하도~ 종달 올레)

 

드디어 올레 마지막 코스를 걷는다. 서귀포 숙소(宿所)에서 21코스를 향해 차()를 몰았다. 올레 코스는 대부분이 시() ()점이 일주(一周) 도로변이나 마을이기 때문에 버스 이용이 가능하다. 아니 버스를 이용(利用)해야 제격이다. 그래야 트레킹(trekking)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지난 여행은 낮에는 걷고, 저녁이면 적당한 숙소(宿所)를 찾아서 잠자고, 다음날 계속 걸어 나가는 식이었다. 그렇게 여섯 번째까지의 여행(旅行)을 마쳤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는 승용차를 가지고 입도(入島)하였으니 이전 여행과는 다르다. 차를 가지고 다니면 주차할 지점(地點)이 문제가 된다. 코스 시작점(始作點)이냐 종점(終點)이냐? 어느 것이 좋을지는, 지형과 각자의 취향(趣向), 그리고 코스(course)의 여건을 고려(考慮)하여 결정할 일이다.

 

그날, <올 세븐>을 코스 종점 부근의 도로변에 세워두고 콜택시를 이용하였다. 날씨는 어제처럼 맑았으나 바람은 세게 불었다. 콜택시(call taxi)가 도착하자 우리는 택시(taxi)에 올랐다.

 

-기사님, 세화리 해녀박물관으로 갑시다. 올레길 걷게요.

-, 그러세요. 그럼, 오늘이 마지막 올레길이네요?

 

-음, 마지막은 아니고요, 아직 한 코스가 더 남았습니다.

-더 남았다고요? 그게 어딘데요?

 

-네 예, 추자도요.

-추자도까지 걸어 실례고요?

 

-예, 그래야 올레길을 완주(完走)하는 것 아닐까요.

-그건 맞습니다만, 보통은 추자도는 빼고 완주라고도 하지요. 저도 쉬는 날이면 가끔은 찾는 곳이지요.

 

육지(陸地) 출신인 이 기사(技士)는 제주도가 좋아서 10년 전에 입도(入道)하여 개인택시를 7년째 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지미봉(只未峰)을 끼고 종달리(終達里)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여기가 제주의 숨은 비경(祕境)이라고 격찬(激讚)했다.

 

그 기사는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지미봉을 오르고, 지미봉에서 바라보는 풍경(風景)은 하늘이 내린 선물(膳物)이라고 하니 그 이상 어떤 찬사(讚辭)가 필요할까.

 

흔히들 제주의 중심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시내 중앙(中央)이라지만 자기는 변방(邊方)인 동쪽 끝자락, 이곳이 그리 좋을 수가 없다고 한다. 좋은 이유를 물으니 좋은데도 이유(理由)가 필요한가? 반문(反問)한다. ~ 옳으신 말씀이다. 좋은데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21코스 시작 간세는 세화리(細花里) <제주해녀박물관(濟州海女博物館)> 뜰 안에 서 있었다. 간세를 쓰다듬고 잠깐 박물관을 둘러볼 요량으로 입구로 다가갔다. 그런데 오는 날이 장날이라 입구에는 <휴장일>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고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하필 한 달에 두 번 쉬는 날이 오늘이다. 박물관은 매월 첫 주와 셋째 주 월요일(月曜日)이 휴장(休場)일이었다.

 

지난번 20코스를 걸을 때는 박물관이 내부 수리 중이었는데, 오늘은 휴장이라, 해녀박물관과는 인연(因緣)이 없다고 생각하고 우리는 또 다음을 기약(旣約)하면서 발길을 돌렸다.

 

내부는 보지 못했지만, 박물관 정원은 넓었다. 길은 잔디와 정원수(庭園樹), 그리고 지구본(地球本) 조형물(造形物)과 세 척()(해녀 호, 제주 호, 탐라 호)의 전시용(展示用) 나룻배를 지나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탑(記念塔)>에 이른다. -139)-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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