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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길 위의 풍경>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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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5. 1. 1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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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염기구가 뭘까?

 

천식(喘息) 등의 만성 알레르기와 관련된 백혈구(白血球)가 호염기구(好鹽基球)인데, 이 호염기구는 백혈구 성분인 과립구(顆粒球) 중에서 채 1%가 되지 않는다. 수가 너무 적어 무슨 일을 하는 세포인지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이후 아토피 피부염(皮膚炎), 천식(喘息) 등의 만성 알레르기와 연관이 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호염기구는 노벨 생리학상(生理學償)을 받은 독일의 의학자이자 세균학자(細菌學者) 파울 에를리히(Paul Ehrlich)가 처음 발견했다.

 

만성(慢性)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인공이 사실 호염기구일 수 있다는 가설(假說)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특정물질에 대한 과민 반응)와의 관련성도 밝혀지며 알레르기 치료(治療)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참진드기는 개()와 고양이에게 기생해 감염병의 매개가 되는 위험한 절지동물(節肢動物)이다. 참진드기에 감염되면 호염기구가 많이 모여들어 면역을 형성(形成)하는 작용(作用)을 한다.

 

과학 잡학사전 통조림 <인체 편><엮은이 키즈나출판 편집부, 옮긴이 서수지, 감수 이경훈, 하라다 도모유키(原田知辛) (사람과 나무 사이, 2023)>, 387쪽에서 인용.

 

*각설하고 올레길을 걸어보자.

 

한참을 달리니 도심(都心)이 끝나고 산길로 들어선다. 길가의 숲에는 가끔 잔설(殘雪)이 있었지만, 도로(道路)는 이상이 없었다. <올 세븐>은 그런 한가한 도로를 살금살금 기어서 산을 오른다. 드디어 한라산 중턱, 성판악휴게소(城板嶽休憩所)에 이르니 주차장이 만원이다. 겨울 산행을 즐기려는 산악인들이 모처럼 제철을 만나서 이곳으로 몰려온 모양이다.

 

소위 5.16도로라는 이 길은 여기가 최고봉(最高峰, 1,215m)이고, 제주시와 서귀포의 경계(境界) 지점이다. 여기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도로에 눈은 거의 치웠지만 길은 미끌미끌 이다. 이럴 때 내리막길은 언제나 위험(危險)하다. 조심할 일이다.

 

길은 살아가는 우리네와 마찬가지다. 인생도 60 고개까지는 힘은 들지만 주위에 잡을 것도 많고 다리에 힘도 붙어있어 비교적 안전(安全)하다. 하지만 60을 넘기면 내려오는 길이 된다. 내리막길은 언제나 미끄럽고 따라서 위험(危險)하다. 그러나 희망(希望)을 버리지는 말자. 하하,

 

우리가 막 내리막길에 들어서는데, 어디에서 숨었다가 나타났는지 갑자기 햇살이 온 산을 밝혀준다. 흰 산()이 더욱 빛나고 저 멀리 한라산 정상(頂上)이 가깝게 다가온다. 설국(雪國)이다. 사실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남쪽인 서귀포와 북쪽인 제주시와는 이렇게 날씨가 다르다. , 제주 날씨는 이래서 화려(華麗)하다.

 

산을 기어서 내려온 우리는 우선 <올 세븐>을 샤워장으로 안내(案內)했다. 먼 길을 달렸으니 당연히 의복이 남루(襤褸)하였다. 세차장을 나서서는 내친김에 주유소에서 그의 배도 가득 채워주었고, 때가 늦었지만 우리도 배를 채우기 위해 허름한 식당(食堂)을 찾아 들었는데, 식당 벽에 걸린 노래 세 가락이 밥보다 먼저 가슴에 다가온다.

 

우선 그중에 가슴에 와닿는 한 곡을 옮겨 본다.

 

생명/ 강순복

 

산다는 것은/ 제 한 몸 으깨어/ 비가 되는 것// 해마다 오월이 오면/ 삼천리 팔도강산에/ 비가 내린다// 삶이란 때로는 완전한 죽음/ 도랑이 되고 강이 되는 것// 산다는 건/ 제 한 몸 부수어/ 비로 내리는 것.

 

시인(詩人)은 이 집 여주인의 시누이라고 하니, 아직은 중년일진대, 왜 하필 생명(生命)이라는 제목(題目)에 죽음과 오월의 비()를 연결했을까? 해마다 오월이 오면 삼천리(三千里) 팔도강산에 비가 내린다니 오월(五月)에 돌아가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시가 아닐까? ~ 생각난다. 지난(2009) 오월에 돌아가신 그 대통령(大統領)! 나도 안타깝고도 그립다.

 

그 밥집은 십수 년 전에 모 방송사(放送社)가 소개한 맛집이었다. 서귀포시청 제1청사 뒤쪽의 <물고랑 식당>, 우연히 만나게 된 명당(明堂), 제대로 된 <몸국(모자반국의 제주 음식)>으로 배도 채우고 의미 깊은 시()도 감상하니 운()이 좋았다.

 

올레 마지막 여행 첫날, 일찌감치 우리는 완벽한 만족감(滿足感)으로 <올 세븐>과 함께 아지트에 짐을 풀었다. 이번 여행(旅行)의 아지트는 서귀포시(西歸浦市) 서호동에 있는 한 아파트로 정했다. 이 아파트는 사위()의 집이다.

 

그로부터 한동안 제주에는 강풍(强風)과 폭설(暴雪)로 사흘 동안 공항(空港)이 마비되는 자연재해(自然災害)가 있었다. 자연재해에 인재(人災)까지 더해져서 8만여 명의 여행객(旅行客)이 큰 고통을 겪었고 일부는 공항에서 노숙자가 되었다.

 

삶이란 <도랑이 되고 강이 되는 것>인가, 우리는 한참 동안 눈 쌓인 섬()을 건드리지 않았다. 아니 건드리지 못했다. 그래서 내 안의 세상(世上)은 고요하였다. -132)-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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