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면증이 뭘까?
자기 의사와는 무관하게 갑자기 잠이 드는 질환인데, 일반적으로 졸음은 수면이 부족하거나 피곤할 때 찾아온다. 그런데 기면증(嗜眠症, Narcolepsy)은 낮에 참을 수 없이 졸리고 비정상적으로 갑자기 찾아온다. 친구와 놀다가, 길을 걷다가 느닷없이 잠에 곯아떨어지기도 한다. 기면증은 특히 10대에게서 많이 관찰된다.
기면증은 갑자기 잠에 빠지는 수면 발작(發作) 외에 감정이 고조되면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쓰러져 다칠 때도 있다. 특히 기분이 좋을 때 등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기면증의 원인(原因)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기면증에 걸리면 뇌(腦)가 활동하던 상태 그대로 발작적으로 잠들어 잠든 후에 환각을 보는 사례가 많다. 모르는 사람이 머리맡에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는 등의 가위눌림 괴담(怪談) 같은 환각(幻覺)을 경험하는 사람도 있다.
『과학 잡학사전 통조림 <인체 편>』 <엮은이 키즈나출판 편집부, 옮긴이 서수지, 감수 이경훈, 하라다 도모유키(原田知辛) (사람과 나무 사이, 2023)>, 382쪽에서 인용.
*각설하고 올레길을 걸어보자.
▲산길은 시야(視野)가 확보되지 못해 두려운 법인데, 마침 뒤에 젊은이 한 사람이 따라온다. 반갑고 든든하다. 같이 걸었다.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는 대학 졸업반(卒業班)으로 취업하기 전에 한 달 정도 전국 일주(一周) 중인데, 오늘이 그 마지막 주(週)라고 한다.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를 일주일씩 걸었으며, 어제 제주도에 도착한 그는 제주도에서는 한라산(漢拏山)과 우도(牛島), 그리고 올레길 한두 코스를 걸을 계획이라고 한다. 듣고 보니 인생 참 잘 살아가는 청년이었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산길을 걸어 다시 해안(海岸)으로 나왔다. 작은 포구(新山 浦口)에서 그는 올레길을 멈추었고, 나는 마을 길로 들어섰다. 해변의 마을 지붕들은 언제나 산뜻하다. 마을이 끝나는 전망 좋은 자리에 신산리 마을 카페가 성업(盛業) 중이다.
올레 중간 스탬프를 찍는 곳이라 그런지 카페 안에는 사람들로 만원(滿員)이다. 언제나 번잡한 곳을 피하는 나는, 그냥 걸었다.
들길을 좀 걷고 해변으로 나서는데 길이 험하다. 위험한 길은 피하는 게 상책(上策)이다. 만조(滿潮) 시기에는 우회로를 이용하라는 올레 안내에 따라 <라사니아캐슬 리조트> 앞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일주도로를 따라 걷다가 <주어동 포구(浦口)>로 내려섰다.
비바람은 아직도 세차다. 해변 길은 계속 이어지는데, 또 작은 포구 하나가 파도(波濤)에 출렁거린다. 포구를 지나니 어제 걸었던 A, B 코스가 만나는 지점(地點)에 다다른다.
점심때가 지나고 있었다. 어제 보아둔 신풍교차로의 <쉼터>라는 식당 2층으로 올라가서 자리를 잡았다. 포구가 바라다보이는 자리에 앉으니 작은 어선 두 척이 파도(波濤)에 뒤척거린다. 돈가스를 시켜놓고 보니 술 생각이 난다. 고기에는 막걸리보다는 소주(燒酒)가 제격이다. 그날 나는 술밥 간에 배불리 먹고 또 걸었다.
올레길은 이내 <신천 바다목장> 속으로 들어선다. 바다와 닿아있는 목장은 광활(廣闊)하다. 목장을 하기 전에는 마을 사람들이 공도 차고 놀이도 하는 등 운동장(運動場)으로 활용했다는데 지금은 허허롭다.
여름이면 소들이 풀을 뜯고, 겨울이면 감귤껍질을 말리는 풍경(風景)이 장관(壯觀)이라는데, 오늘은 소 떼도 감귤껍질도 없었다.
가을비에 젖은 대지(大地)의 끝자락에는 파도가 출렁거리고 파도치는 해안(海岸)에는 제멋대로 생긴 바위들이 대지(大地)를 지키는 모양새다. 저 바위들도 여름이면 소들과 함께 장난치는 목동(牧童)들의 벗이 될 것이리라.
목장(牧場)을 벗어나니 이내 숲길로 들어선다. 빗소리 바람 소리에 고요한 숲길도 정신(情神)을 잃었고, 바삐 걷는 나도 정신 줄을 놓았다. 갑자기 두려움이 머리끝으로 당겨진다. 가끔은 스치는 나뭇가지에 스스로 놀라며 뛰다시피 숲을 빠져나왔다. 어휴! -127)-계속-
<제주올레, 길 위의 풍경> 129 (1) | 2025.01.16 |
---|---|
<제주올레, 길 위의 풍경> 128 (1) | 2025.01.15 |
<제주올레, 길 위의 풍경> 126 (0) | 2025.01.13 |
<제주올레, 길 위의 풍경> 125 (1) | 2025.01.12 |
<제주올레, 길 위의 풍경> 124 (3) | 2025.01.11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