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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길 위의 풍경>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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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5. 1. 1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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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시계가 뭘까?

 

우리 몸속에서 시간을 감지할 수 있는 리듬을 말하는데,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동물은 생체시계(Biological Clock)가 있다. 지구의 자전주기, 즉 하루 24시간을 재기 위해서다. 생체시계(生體時計)는 몸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반응을 그 시간마다 최적의 상태로 맞추기 위해 존재한다. 즉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잠이 깨는 것, 일정한 시간에 식사하는 것 따위 활동을 통제하는 기제(旣濟).

 

생체시계는 하루에 한 번 햇빛을 받으면 재설정된다. 아침에 햇빛을 보면 그때부터 새로운 생체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매일 새로 맞춰지는 셈이다.

 

해외여행으로 시차가 있는 나라에 갈 때면 국내에 있을 때 생체시계와 해외 현지 시각 사이에 왜곡이 생긴다. 국내 시간에 맞춰져 있던 몸의 기능이 해외 시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컨디션이 나빠지는 상태를 시차병(時差病)’이라고 한다. 시차가 12시간인 경우, 정상적인 생체시계로 돌아오려면 약 8일이 필요하다.

 

과학 잡학사전 통조림 <인체 편><엮은이 키즈나출판 편집부, 옮긴이 서수지, 감수 이경훈, 하라다 도모유키(原田知辛) (사람과 나무 사이, 2023)>, 380쪽에서 인용.

 

*각설하고 올레길을 걸어보자.

 

김영갑은 떠났으나 그의 마지막 혼이 서려 있는 정원에는 열한 번째의 가을이 찾아왔다. 세월에 겨워 떨어진 낙엽은 쌓였으며, 담쟁이는 얽혔고, 검은 대나무는 더욱 검어졌다. 그의 육신을 뿌렸다는 감나무에는 붉은 것들이 초롱같이 달렸다. 저 감이 그의 영혼(靈魂)이라면 나는 한 개만 따서 깊이 보관하리라.

 

이제 두모악 실내로 들어가 보자. 교실을 리모델링한 일자 건물 중앙의 현관으로 들어서면, 왼쪽에 그의 작업실은 그대로 있었다. 작업실 벽에 걸려 있는 사진 한 장, 안타까운 듯 초롱초롱한 눈, 숨쉬기도 힘든 콧수염, 앙상한 손, 얇은 피부(皮膚)를 품은 거적이 긴 의자에 앉혀 있다. 상상 속 그 예술가의 육신(肉身), 그 모습이다.

 

한참을 애처로이 그를 올려다보고,……,그를 뒤로하고 오른쪽 전시실로 들어섰다. 전시실에는 정희성(1945~ ) 시인이 쓴 <이어도를 영혼에 인화한 사진가 김영갑>이라는 추모(追慕) 글이 크게 걸려 있다.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머니 젖가슴 같은 오름과 소리쳐 울 때가 더 아름다운제주 바다를 처음 만나곤 열병을 앓았다. 지독한 사랑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글은 이렇게 끝난다. <움직일 수 없게 되니까, 욕심부릴 수 없게 되니까 비로소 평화를 느낀다. 때가 되면 떠날 것이고 나머지는 남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철들면 죽는 게 인생, 여한 없다. 원 없이 사진을 찍었고, 남김없이 치열하게 살았다>

 

같은 방에는 양인자(1945~ ) 작사, 김희갑(1936~ ) 작곡, 김진형이 부른 <김영갑 씨>라는 노래 가사와 곡이 걸려 있다. <당신 정말 하고 싶은 것만 하시네요> 가사(歌詞)의 마지막 부분이다. 한 사람이 사라졌을 뿐인데, 그를 위한 노래까지 생겼다니 놀랍고 고맙다. 가사를 짓고 곡을 만든 부부는 생전에 그의 후원자였다고 하니 감사할 일이다.

 

전시실은 양쪽으로 나뉘어 있었다. 두 곳이 모두 그의 오름 사진이 주류를 이룬다. 김영갑은 그의 사진에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그것은 다른 작가와 다른 점이다. 작가가 작품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작품은 이름 속에 갇혀버린다는 것이 그의 지론(持論)이었다. 특이하지만 곰곰이 음미(吟味)하니 옳은 말이라는 생각이다.

 

전시실을 나선 우리는 후원과 변두리를 걸었다. 걸었던 정원을 다시 걸었다. 그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다. 모퉁이의 오죽(烏竹) 한 무리가 가볍게 흔들거리고 있었다. 떠나는 사람의 마음처럼, 정원 양지바른 쪽에 선 감나무, 잎도 없이 붉은 꽃만 한 아름 달고 있는 나무가 무거워 보인다. 두 갈래로 나뉜 가지가 마음에 걸린다.

 

평생을 나 홀로 산 그가 얼마나 외로웠으면 저 두 가지 밑에 그의 뼈를 뿌리라 했을까 싶다. 붉은 감은 홍시(紅柹)가 되기엔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한지 나뭇가지에 단단히 달려있는데, 그가 평소에 사랑했고 추구했던 이어도(離於島)가 걸려 있는 두모악 외벽을 우리는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여기 옮긴다.

 

-우리가 항상 유토피아적 삶을 꿈꾸듯 제주인들은 수천 년 동안 상상(想像)의 섬 이어도를 꿈꾸어 왔다. 제주를 지켜온 이 땅의 토박이들은 그 꿈을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일상의 삶에 절약, 성실, 절제, 인내, 양보가 보태져야 함은 행동으로 내게 가르쳐주었다. 꿈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나(제주)다움을 지키지 못한다면 꿈은 영원히 꿈에 머문다. 제주인들처럼 먼저 행동으로 실천할 때 이어도는 반드시 이루어진다-

 

이글 끝에 김영갑의 사인이 새겨져 있었다. 이어도는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km 위치한 수중 암초, 공식 명칭은 파랑도(破浪島), 제주 어부들이 죽으면 가는 환상의 섬, 그 섬은 오늘도 말이 없다. -125)-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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