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관광명소 스페인 계단(트리니타 데이 몬티 계단)은 트레비 분수에서 멀지 않았다. 로마에서 찍은 영화는 무수히 많지만, 로마의 관광산업에 가장 크게 기여한 영화는 <로마의 휴일>일 것이다.
이 영화 때문에 스페인 계단은 로마의 스타로 등극했고, 이미 스타였던 그레고리 펙과 신인배우 오드리 헵번은 영화 밖에서는 실제로 아무 개인적 관계가 없었는데도 영화 애호가들의 뇌리엔 ‘영원한 연인’으로 각인되었다.
스페인 계단은 성공한 영화가 공중위생을 해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헵번이 계단의 분리대에 기대선 채 젤라토를 먹은 것이 문제였다. 로마시 당국은 공중위생을 위해 이 계단에서 젤라토 먹는 행위를 금지했다.
스페인 계단은 원래 성당 접근로로 만들었는데 근처에 교황청 주재 스페인 대사관이 있고 아래 광장이 스페인 광장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계단에 앉아 아래 광장의 귀여운 분수와 오가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가 제법 괜찮았다.
스페인 계단은 모두 137개라는데 세어 보지는 않았다. 계단 위편 메디치가 빌라의 3층 발코니에서 스페인 광장 너머 골목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소나기 쏟아졌다. 계단 꼭대기의 바(bar)로 이동해 맥주와 적포도주 마시면서 비를 피했는데, 나스트로 아주로(Nastro Azzurro)라는 이탈리아 맥주가 맛이 깔끔하였다.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 1』 (주, 도서 출판. 아름다운 사람들) 136~138쪽에서 인용.
*각설하고 올레길을 걸어보자.
▲잠시 옆길로 샌 올레는 다시 길을 나선다. 섬 중앙에서 상동 포구 쪽으로 내려가 섬의 동쪽 해변을 걷는다. 섬의 서쪽은 망망대해지만 동쪽은 제주 본섬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본섬의 모습은 장엄하다.
특히 한라산 정상의 위용은 홀로 고고하다. 역시 가까이에서는 전체를 볼 수 없음은 평범한 진리다. 섬 속에서 어찌 섬을 볼 수 있겠는가!
제주도는 아시다시피 오름의 천국이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그 주위에 삼백육십여 개의 오름이 깔려있다. 그 오름 중에서 이름이 오름이나 봉(峰)이 아니라 산이라고 불리는 오름이 일곱 개가 있다. 그중 여섯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올레 안내판에 적혀있는 글이다.
오늘같이 맑은 날에는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옹진물정자>에 올랐다. 저 멀리 한라산이 높고 그 왼쪽으로 차례로 고근산. 군산. 송악산. 산방산. 단산이 줄지어 솟아 있느니 산 여섯이 다 모였다.
섬의 초보자인 나도 알아볼 수 있는 풍경이다. 여기서 볼 수 없는 산 하나는 어떤 산인가? 천국의 계단으로 유명한 성읍마을 뒤의 영주산이라 하니 마음으로만 본다.
올레길은 섬의 동쪽 해변을 걸어 남쪽 언저리의 돌담, 속칭 <제단 집>에 이른다.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곳, 매년 음력 2월에 천제를 지내는 곳이다. 천제는 남자들의 몫이다. 제주에는 어딜 가나 제단과 신당이 있다. 제주인의 민간신앙은 제주의 풍습이다. 제단을 지난 길은 이제 섬의 밑바닥으로 돌아선다.
작은 포구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하동포구>다. 배 한 척 없던 <상동 포구>와는 다르게 고깃배 몇 척이 포구에 잠겨있다. 쓸쓸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사람이 살고 있다는 증거는 걷는 사람을 평온하게 한다.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은 언젠가 은퇴하면 여기 어딘가에 작은 카페 하나 지어 하루에 마음 맞는 사람들 한 팀씩만 들여서 밤늦도록 대화하면서 살고 싶다고 했다는데, 오죽 세파에 시달렸으면 그럴까 싶지만, 사실은 여기가 천국이라는 느낌 때문이리라, 공감한다.
나도 느낌도 느낌이지만, 머리로 따져보아도 제주의 유인도 다섯 중에 어디서 살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가파도라고 말할 것 같다. 다섯 섬 모두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지만, 우선 우도와 마라도는 관광객으로 넘쳐 번잡하고, 추자도는 너무 멀어 불편하고, 비양도는 너무 작아서 답답할 것이니 가파도가 적격이겠다.
하동포구 해변에는 옛 빨래터가 돌담 안에 지금도 잘 보존되어 있다. 1840년대 섬에 처음 살림을 차린 사람들은 자연히 모슬포와 가까운 상동 포구 근처에 거처를 마련했다가 물이 귀하여 생활의 불편을 느끼자, 이곳 하동으로 거주를 이전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상동보다 하동이 인구가 많다.
증거는 또 있다. 하동포구에서 보니 생활편의 시설들이 상동보다는 많았다. 서귀포경찰서 가파도 치안센터를 비롯하여 마을회관, 해녀 촌, 슈퍼마켓, 음식점 등이 하동에 집중된 것을 볼 수 있다. 섬에서도 남쪽은 북쪽보다 따듯한가 보다. -97)-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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