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발디의 영웅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1862년에는 4만 군사를 끌고 오스트리아제국 군대를 제압해 베네치아를 탈환했으며 1867년에는 교황청을 가장 악독한 비밀 결사체라고 비난하면서 로마로 진군했다.
로마를 이탈리아왕국의 수도로 선언하면서도 실제로는 사르데냐왕국의 토리노에 머물렀던 에마누엘 2세는 프랑스 군대가 프로이센과 싸우기 위해 떠나자 지체 없이 로마를 점령해 통일운동의 마침표를 찍었다,
가리발디는 단순한 군사 영웅이 아니라 확신에 찬 휴머니스트이자 투철한 공화주의자였다. 노예제 폐지에 대한 신념이 불확실하다며 링컨 미국 대통령의 스카우트 제안을 거절했다는 소문이 나돌았을 정도로 강력한 신념의 소유자였던 그는,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정치 개혁을 추진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철폐하는 입법을 시도했다.
한 국가와 국민을 위해 가리발디만큼 많은 일을 한 사례는 흔치 않다. 역사 공부를 하려고 로마에 가는 건 아니겠지만, 이탈리아 건국 역사를 대충이라도 알면 로마 여행의 맛이 더 깊고 풍성해질 수 있다. 에마누엘 2세 기념관은 그런 기회를 제공한다.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 1』 (주, 도서 출판. 아름다운 사람들) 132쪽에서 인용.
*각설하고 올레길을 걸어보자.
▲제주올레, 길 위의 풍경 →10~1코스(가파도 올레)
올레길 26개 코스에는 섬이 세 개 들어있다. 우도와 추자도, 그리고 가파도가 그들이다. 가파도는 마라도와 모슬포 사이 중간지점에 있는 섬이다. 처음에 나는 가파도나 마라도나 비슷한 크기로 생각하여, 가파도보다는 관광객이 많은 마라도에 올레길을 넣어야 맞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걷고 보니 생각이 좀 달라졌다.
마라도는 우리나라 최남단의 상징적인 섬이다. 그래서 이미 명성이 높고 관광객이 몰리고 있었다. 반면 가파도는 마라도 위에 있으면서도 덜 알려진 섬이란 점에서 올레가 추구는 가치에 부합하는 섬이라고 본다.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게 올레의 가치일 테니까. 하지만 그래도 좀은 아쉽다. 마라도와 가파도를 묶어서 한 코스로 만들었더라면 더 좋은 길이 되지 않았을까?
그러자면 지금의 여객선 노선으로는 불가능하고, 노선을 개선해야 하는데 모슬포에서 출발하여 가파도를 경유하고 마라도에 도착하면 좋을 듯하다. 오전은 가파도에서 머물고 오후에는 마라도에서 걷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길, 물론 끊어진 길도 길이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겠다만. 뱃길도 길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아무튼 올레길은 그렇고, 이왕 말이 난 김에 마라도와 가파도를 잠시 생각해 보자. 마라도행 배 선장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라는데, 외상술 즐기는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섬이 가파도와 마라도라고 한다. 이 섬에서는 외상 술값을 가파도 좋고 마라도 좋다고 한다니, 술꾼들에게는 멋진 곳이 아닌가. 웃고 넘어가자. 하하하.
농담 말고 진담으로 두 섬을 비교해 보자. 면적은 마라도가 가파도(25만 평)의 반도 못 미친다. 인구도 140여 명으로 가파도(240여 명)보다 훨씬 적다. 초등학교도 마라도는 가파초등학교의 분교다. 하지만 하루 운행하는 배편은 그 반대다.
계절에 따라 일정하지는 않으나 대략 마라도가 여덟 편인데, 가파도는 네 편에 불과하다. 그만큼 마라도가 관광객이 많다는 증거다. 그러나 창조적인 올레는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가파도를 선택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건 그렇고 올레길을 걸어 보자. 사랑하는 두 여인(어부인과 딸)과 나는 날씨도 화창한 초가을 아침 9시에 모슬포항에서 가파도행 배에 올랐다. 올레길을 이렇게 세 사람이 걷기는 처음이다. 마침 타고 가는 배도 첫배다 294명 정원의 3할을 채운 <21 삼영호>는 파도를 가르며 시원스럽게 달린다.
모슬포항에서의 거리가 5.5 Km에 불과해 잠시 만에 가파도 상동 선착장에 도착한다. 포구엔 배 한 척도 없었다. 철 지난 섬은 낮고 평평하고 한산하였다.
울긋불긋한 알들을 섬에 풀어 버린 큰 누에 <삼영호>는 다시 비슷한 수의 알들을 싣고 온 뱃길을 타고 흰 꽁무니를 달고 멀어진다. 멀어지는 배를 보고 아직도 손을 흔드는 한 여인이 있었으니, 그가 누구인가? 궁금하다.
배가 사라진 후 삼륜차를 타고 온 그녀도 그 차를 타고 섬 속으로 사라진다. 뭍으로 돈 벌려 가는 남편을 배웅한 사람이었을까?……-9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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