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누엘 2세 기념관은 로마에 있지만 이탈리아 전체를 대표하는 시설이다. 전면에 있는 기마상의 주인공은 이탈리아 통일을 이끈 비토리오 에마누엘 2세이고, 기마상 양편에 부조(浮彫)한 사람들은 건국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무명용사들이다.
에마누엘 2세뿐만 아니라 가리발디, 카보우르, 마치니 등 이탈리아 통일 주역들의 유품도 전시하는 이 기념관은 현대사와 관련한 기획전을 꾸준하게 연다. 이탈리아 현대사와 관심이 있는 여행자라면 시간을 넉넉하게 들일 만했다.
이탈리아공화국의 역사는 70년이 겨우 넘으며, 왕국을 포함한 통일국가의 역사도 15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통일의 계기는 나폴레옹 전쟁이었다. 19세기 초 프랑스 군대는 수많은 왕국과 도시국가로 갈라져 있던 이탈리아반도 대부분을 점령해 강제로 통합했다.
나폴레옹이 퇴위한 후 이탈리아반도는 다시 여러 세력권으로 찧어져 오스트리아제국의 지배와 간섭을 받았다. 그런데 이때부터 이탈리아 전역에서 오스트리아에 저항하는 민족주의 열풍이 불었고 공화정 수립을 요구하는 자유주의 정치운동이 일어났다.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 1』 (주, 도서 출판. 아름다운 사람들) 129~130쪽에서 인용.
*각설하고 올레길을 걸어보자.
▲<헨드릭 하멜>에 대해서는 난파 당시의 처절한 상황을 『하멜표류기』,(김태진 옮김, 서해문집)에서 옮겨 적으면서 하멜 일행을 위로하고자 한다.
*8월 16일 새벽녘에 아직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해변을 따라 걸으면서, 혹은 누군가 육지에 다다른 사람이 있나 찾아보고 소리쳐 불러도 보았다. 여기저기서 몇 사람이 더 나타나서 우리는 최종적으로 36명이 되었지만 대부분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 (…)
우리는 비참한 심정이 되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아름답던 배는 산산조각이 나고 64명의 선원 중 불과 36명만이 살아남았다. 이 모든 일이 15분 사이에 일어났다.
우린 해안으로 밀려 올라온 시체를 찾아다녔다. 암스테르담 출신의 선장 레이니어 에흐버츠는 물에서 20m쯤 떨어진 곳에서 팔베개를 한 채 죽어 있는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우리는 곧 여기저기서 발견된 6, 7명의 죽은 선원과 함께 그를 매장했다. -위 책 26~27쪽에서*
원래 높은 곳과 깊은 곳을 두려워하는 나는 새삼 바다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멜기념비를 내려선 길은 이어 용머리 해안 매표소에 다다른다. 매표소 출입문은 닫혀 있었다. 안내문에는 오늘 만조(滿潮)는 08시부터 11시 30분이라는 작은 푯말이 붙어있다. 지금이 10시경이니 아직 관람 시간이 아니라는 뜻이다. 나는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발길을 돌려 내려서니 승마체험장이 성업 중이다. 뜰 안에는 칠팔 마리의 말들이 분주하다. 말을 탄 아이와 마부는 종종걸음으로 춤을 춘다. 승마 체험 5천 원, 즉석 사진 5천 원이란 입간판도 춤을 춘다.
춤추는 마장(馬場)을 뒤로하고 길을 걸으니, 포구 앞에 모형 배 한 척이 기다린다. 하멜상선전시관, 하멜이 타고 온 배의 모형이다. 하멜상선전시관 선상에 올라 실내를 일람하고 이어지는 해변의 <기후변화 홍보관>이라는 작은 건물로 들어섰다. 2009년에 설치한 이곳은 날이 갈수록 심각한 지구온난화에 대한 교육, 홍보를 목적으로 운영 중이다.
최근 제주 해안의 해수면 상승 폭이 지구 평균의 3배로 그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한다. 예상은 했지만 심각한 주장이다. 따라서 지구가 더워지는 요소를 절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활 속에서 우리가 실천해야 할 방안으로 교통, 냉난방, 전기, 자원의 절약을 요구하고 있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생각을 여기서 다시 느낀다. 저 보물인 용머리 해안이 사라진다고 생각해 보시라, 더 나나가 사계절이 사라진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모두 아찔할 것이다.
<기후변화 홍보관>을 한 바퀴 돌아 <사계 포구>로 들어섰다. 포구는 붐볐지만 넓고 정갈하다. 아직 점심때가 아니라 마을의 식당들도 고요하다.
<사계 포구>는 1991년 당시 소련 고르바초프 대통령 부부가 방문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포구를 조금 지나 넓은 주차장으로 들어서니 관광객 일단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특히 어린이들이 많다. 잠수함 관광 출발지다. 여기서 잠수함을 타고 마라도를 왕복한다.
아마도 해저에서 자라고 있는 해조류와 어류들을 구경하면서 마라도를 왕복하면,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교육에 여러 가지로 유익할 것이다. 언젠가 조용한 시간에 나도 이 잠수함을 타 보리라 생각하고, 오늘은 올레길을 걷는 것이 목적이니 패스한다.
대신 잠수함 선착장 앞에 좌판을 놓고 해산물을 파는 <할망>이 시식을 권유하는데 모른 척하고, 감귤 한 봉지를 사 들고 길을 걸어 나갔다.
마을 길로 들어서니 올레 리본 하나가 바람에 팔랑거린다. 누가 다시 걸었는지 원래 있던 리본인지는 모르지만, 눈물이 나도록 반갑다. -91)-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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