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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길 위의 풍경>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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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4. 11. 2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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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은 건축 기술의 발전에 큰 획을 그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아치와 돔이다. 콜로세오의 아치와 판테온의 돔은 유럽 건축에 크고도 지속적인 영향을 주었다.

 

물리학이 아직 출현하지 않았던 그 시대에 어떤 방법으로 그토록 큰 돔을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판테온과 비슷한 규모인 피렌체 두오모(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의 돔)가 나타나기까지 무려 1300년이 걸린 것으로 보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피렌체의 돔을 설계한 브루넬레스키도 판테온을 비롯한 로마 건축물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끝에 해결책을 찾았다고 한다.

 

판테온 건축양식의 힘은 지금도 여전히 강력하다. 서구 문명의 영향을 받은 모든 지역에서 사람들은 관청과 대학 건물에 둥근 지붕을 얹으려고 애쓴다. 일본 육사를 나온 박정희 대통령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지붕을 돔 형태로 짓게 했을 정도이니 더 말해 무엇할까.

 

판테온 앞에 맛있는 젤라토 카페가 있다는 소문은 무시하는 게 좋다. 젤라토는 로마 어디서 먹어도 다 맛이 좋았다. 도떼기시장처럼 인파가 우글대는 근처 젤라토 카페 주변을 서성이면서 빈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것은 로마 여행자가 할 수 있는 가장 미련한 행동이라고 본다.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 1(, 도서 출판. 아름다운 사람들) 127~128쪽에서 인용.

 

*각설하고 올레길을 걸어보자.

 

흰 위령탑을 뒤로하고 차도를 조금 걸으니 해변 쪽으로 <산 바다 레저공원>이라는 건물에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다가가니 4륜 스쿠터 레저훈련장이다.

 

훈련장에는 한 무리의 레저 꾼들이 일을 마치고 막 떠나려는 참이다. 떠나려는 사람을 붙잡고 올레길을 물으니 휴식년이라 길을 없앴다고 하면서 올레 사무국이 내건 플래카드를 가리킨다.

 

읽어보니, <길을 걷는 사람뿐 아니라 길을 내어준 자연도 행복해야 한다는 제주올레 기본 철학에 충실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고, 20157월부터 1년 동안 휴식년으로 하며 구간의 모든 올레 표시를 철거한다고 되어 있다.

 

휴식년이야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다지만 올레 리본까지 철거할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잠깐 들다가……하긴 올레가 없는데 리본은 무엇에 필요한가도 싶다.

 

길이란 묘하다. 같은 길인데도 이름이 있는 길과 없는 길은 다르다. 길에 이름이 없으면 사람이 다니지 않는다. 아무리 예쁜 꽃도 이름이 있는 꽃과 없는 꽃이 다르듯이.

 

나도 <레저공원>에서 해변으로 이어지는 본래의 올레길을 두고 인도도 변변찮은 산방산 아래의 차도를 걸었다. 길 위에서 내려다본 올레길 풍경은 원시림처럼 몇 개월 사이에 울창해졌다. 올레의 위력을 여기서 다시 느낀다.

 

산방산을 끼고 길을 오르니 길모퉁이 검은 돌탑에 사람들이 올라서 있다. 다가가니 <산방연대>. 연기를 피워올려 왜적의 침입을 알리는 연대의 돌탑을 보니, 탑에 붙인 돌들이 깨끗하다. 최근에 보수한 연대라는 설명서가 입간판으로 서 있다.

 

나도 연대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니 전망대로는 일품이다. 북쪽으로는 백록담 속살이 산방산이 되어 굽어보고 있고, 산의 입이라 할만한 굴속(산방굴사)엔 돌부처가 모셔져 있고, 그 아래 사찰 셋(보문사, 산방사, 광명사)이 속세를 달래고, 남쪽으로는 해룡이 막 바다로 치고 들려고 용트림하고,

 

동쪽으로는 화순 해변을 지나 멀리 한라산과 그 줄기를 타고 흐르는 산맥이 서귀포 포구까지 이어지고, 남서쪽으로는 올록볼록한 송악산과 그 너머 가파도와 마라도가 아득하다. 좀 더 가까이에는 하나인 듯 둘인 듯한 돌섬(형제섬)이 바다에 누워 있으니, 탄성을 내지르고 싶은 욕망을 누르고 연대를 내려섰다.

 

연대에서 조금 내려오니 <하멜기념비>가 햇빛을 받아 빤짝인다. 조선 효종 4(1653) 하멜 일행이 네덜란드의 무역선 <스페르호크>(표류기에는 스페르베르)호를 타고 타이완에서 일본 나가사키로 가던 중 풍랑을 만나 난파당하여,

 

그 후 13년 동안 조선에 억류되었다가 일본으로 탈출, 본국으로 귀국한 하멜이 조선을 세계에 처음으로 알린 업적을 기리고, 한국과 네덜란드 양국의 우호 증진을 위하여 한국국제문화협회와 주한 네덜란드대사관이 공동으로 1980년에 건립하였다고 기념비는 기록하고 있다. -90)-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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