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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길 위의 풍경>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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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4. 11. 2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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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원로원 마당에서 절충하기 어려운 것들이 공존했던 인간 카이사르의 생애를 돌아보았다. 그는 귀족이었지만 평민파에 가담했다. 어떤 술수도 마다하지 않고 권력투쟁을 벌였지만, 이긴 후에는 정적을 너그럽게 포용했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해 공화정을 사실상 폐지했지만, 민중의 소망과 요구를 존중했다. 원로원의 부패 기득권 세력을 무너뜨리고 시민의 권리를 확장했으며 빈민과 해방 노예, 속주의 민중을 돕는 개혁 조치를 밀어붙였다. 보기 드문 정치적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사생활도 다르지 않았다. 수많은 유부녀와 염문을 뿌렸지만, 그로 인해 중요한 인간관계를 망치지는 않았다. 클레오파트라가 자신의 힘을 이용해 남동생을 누르고 권력을 다지도록 지원했으면서도 연인관계를 공식 언급하지는 않았으며, 클레오파트라가 낳은 아기가 자기 아이일 가능성을 인지했지만, 그 아이를 후계자로 삼지 않았다.

 

클레오파트라는 알렉산드로스의 장군 프톨레마이오스가 북아프리카에 세운 국가의 지배자였다. 이 나라에서는 남자 왕을 프톨레마이오스, 여자 왕을 클레오파트라라고 했다. 카이사르가 암살당한 후 안토니우스와 결혼해 옥타비아누스와 맞섰다가 자살한 여인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일곱 번째 여성 권력자, 클레오파트라 7세였다.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 1(, 도서 출판. 아름다운 사람들) 122~123쪽에서 인용.

 

*각설하고 오늘도 올레길을 걸어보자

 

이어지는 길은 <중문색달해변>인데 이곳 해변에는 비키니 차림의 외국 여인 둘이 모래찜질 중이고, 그 옆에는 일행인 듯한 역시 건장한 외국 남자 둘이 맥주를 마시고 있고, 바다에는 서핑족 수십 명이 신나게 파도를 탄다. 상상하면, 남태평양의 어느 휴양지 풍경이 이러할 것이다.

 

그런 해변의 모랫길은 걸어가기가 흙길보다 더 힘들다. 왜일까? 모래는 흙보다 더 부드러워 발이 빠지기 때문이다. 그런 모래 위를 한참 걸어 나가니 숨이 차다. 숨이 찬 길, 앞에는 40m가 넘는 주상절리가 비석처럼 버티고 떡 서 있다. 한편으로는 철 지난 해변의 가장자리에는 밀려온 낙엽과 쓰레기들로 지저분하기까지 하다.

 

여행에서 돌아와 확인해 보니 거기가 바로 해병대 병사들의 힘을 빌려 다듬었다는 <해병대길>이라는데, 태풍에 붕괴 위험이 있어 폐쇄하였다고 한다. 나는 길 없는 해변을 아쉬워하며 하얏트호텔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을 기어올랐다. 산책 나온 부부의 뒤를 따라서,……, 상당히 가파른 길이라 중간에서 한 번 쉬고 호텔 정원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이곳 중문의 호텔들은 서울의 호텔과는 모양이 다르다. 서울은 수직형이라면, 이곳은 수평형이다. 그 이유는 서울은 만원이고 제주는 평원이기 때문이리라. 좁은 섬이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서울보다야 세 배는 큰 섬이 제주다.

 

그래서 정원도 넓고, 넉넉하고 자연스럽다. 이 호텔도 정원을 작은 동산으로 꾸며 놓았다. 정원 속 인공폭포도 천제연을 닮아 3단이고 넓었다.

 

제주 중문단지에서 제일 전망이 좋다는 하얏트호텔을 돌고 돌아 나서니 <제주한국관>이란 현판을 붙인 높은 대문이 대감집 같다. 산듯하고 맛깔스러워 보이는 음식점이다.

 

대문을 들어서니 잘 꾸며진 정원 한가운데 돌하르방 하나, 다정하고 인자하다. 손으로 만지니 보들보들하다. 언제 이곳에 다시 와서 그이와 대작(對酌)해 보고 싶은 마음이 문득 들었다.

 

하얏트호텔을 나선 길은 신라호텔, 스위스호텔, 롯데호텔로 이어진다. 나하고는 상관없다 싶어 빠른 걸음으로 스쳐 지났다. 길은 관광단지 교차로에 이른다. 고개를 들어 길 건너를 보니 로봇 같은 건물이 생뚱맞다.

 

간판을 보니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과 <스타벅스> 커피점이다. 여기서 B 코스와 만나는 지점이다. <믿거나 말거나>이니 나도 그냥 지나고, 건너편에 <여미지식물원>이 유명세다운 모습인데, 입맛만 다시고 또 그냥 지나간다. 들어갔다가는 하루해가 모자랄 것이니 어쩌랴.

 

길은 교차로에서 중문GC를 끼고 왼쪽으로 돌아 마을 쪽으로 내려선다. 여래동 입구 교차로에서 다시 좌회전하여 도로를 따라 길게 걷는다. 걷는데 달리는 차들이 위협적이다. 걸으면서 아쉬움이 남는다. 포장도로가 그렇고 달리는 차들이 그렇다. 왼쪽 골프장 안으로 걸으면 발도 편하고 경치도 좋고, 걷는 사람도 안전할 텐데……

 

지루한 포장도로를 지나니 실개천이 흐르는 습지로 들어선다. <대왕수천 여래생태공원>이라는 입간판이 올레꾼을 즐겁게 한다. 죽절초. 어리연꽃. 애기범부채를 비롯한 이름도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또한, 2 Km나 되는 습지와 실개천에는 은어. 참게. 송사리 등이 노닐고 있다니 가치 있는 자연유산이다. 잘 보존해야 하겠다는 생각이다. 잠시 배낭을 풀고 흐르는 실개천에 손을 씻고 먹다 남은 막걸리를 마저 마시니 천상의 기분이다.

 

생태공원을 벗어나니 환해장성의 잔해가 길고 검다. 길은 다시 해변으로 이어 지는데 해변에 들어서니 사람 몸보다 큰 돌 두 개를 포갠 <논짓물>이라는 표지석이 정겹게 반긴다. 물은 한라산에서 화산암 밑을 흘러 해변에서 솟아오른 용천수이리라.

 

강물과 바닷물이 어울리는 두 물머리인 셈이다. 옛사람들은 여기서 빨래도 하고 목욕도 하면서 그 많은 모래성을 쌓았겠지, 생각하니 어린 시절 개울에서 멱감던 시절이 아롱거린다. -87)-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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