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제주올레, 길 위의 풍경> 84

기행문

by 웅석봉1 2024. 11. 19. 09:19

본문

카이사르는 귀족 가문 출신의 지식인이자 걸출한 군인이었다. 독재자 술라(B.C.138?~78?)의 미움을 산 탓에 아시아 주둔 부대에 숨어 지내는가 하면 그리스로 가는 길에 해적한테 붙잡혔다가 몸값을 내고 목숨을 건지는 등 스무 살도 되기 전에 여러 차례 생사 위기를 겪었다.

 

로마에서 군 장교로 활동을 시작한 카이사르는 스페인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B.C.65년 재무관이 되었으며 로마의 유명한 정치인 아내들과 어울리면서 숱한 스캔들을 뿌렸다. 스페인 서부지역 총독 시절 포르투갈 일대를 평정해 이름을 떨친 다음 B.C.59년 로마로 귀환해 집정관이 되었는데, 이때 나이가 마흔한 살이었다.

 

카이사르는 정치적 술수도 뛰어났다. 지중해 해적을 소탕한 폼페이우스, 로마의 최고 갑부 크라수스와 손잡고 삼두정치를 했는데 폼페이우스한테는 군인 표를 받았고, 크라수스에게서는 정치자금을 지원받았다.

 

집정관으로 뽑힌 후 그는 원로원의 반대를 뚫고 농지법을 개정해 폼페이우스 휘하의 퇴역군인들에게 땅을 주었으며 크라수스에게도 적절한 정치적 보답을 했다.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 1(, 도서 출판. 아름다운 사람들) 119~120쪽에서 인용.

 

*각설하고 올레를 걸어보자.

 

여행에서 돌아와 스마트폰 속의 사진을 노트북에 저장하려는데 난데없이 화면이 사라져 버렸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나로서는 도통 알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점검 결과는 화면형광등이 나갔다고 한다.

 

수리기사도 대형 사고를 쳤다고 아쉬워하는데……게다가 사용 중인 <윈도우7><비 정상품>이라 정품으로 바꿔야 한다니 난감하다. 이를 어쩌지?

 

하긴 내 노트북은 7년이나 봉사했으니, 수리기사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서 노트북을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와 방안에서 끙끙거려 보지만 별수 없이 공론화하기로 한다.

 

거금이 들어가는 문제이니, 가정의 돈 문제는 어부인과 합의가 필요한 문제이니, 따라서 어부인의 자문은 피할 수 없는 절차이니 그녀의 훈시를 들어야 함은 또한 정해진 순서다.

 

아무리 필요한 물건이라도 우선 한 달은 참아야 해요. 그것이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가를 그동안에 고민해 보세요. 그래도 사야 한다면 일주일을 더 고민하세요. 혹시 대안은 없는지를, 그래도 마음이 돌아서지 않으면, 딱 삼일만 더 고민하셔요

 

이것이 <어질어 빠진 혹은 어렵고 가칠한> 어부인의 지론이다. 경험상 그렇게 하면 답답하기는 하지만 후회할 일은 없겠다는 생각에서 나도 즐겨 따르는 편이다.

 

그런 과정을 거친 연후에 지금의 새 노트북을 마련했다. 역시 길을 찾으면 길은 있기 마련인가 보다. 기본가격에서 10만 원을 더 들여 고성능 엔진(SSD, Solid State Drive)과 고용량 USB(Universal Serial Bus)를 추가로 장착하니, 100만 원짜리 최신 제품이 반값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이 여행기도 상당한 시일이 지난 이후에야 자판을 두드리게 되었다.

 

이번 여행은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부근에 아지트(사실은 딸아이가 사는 집)를 두고 1011일간의 긴 여행을 즐겼다. 귀여운 손자도 만날 겸해서……오래간만의 여행이니만큼 기간도 길게 잡았다.

 

지난 4차례 여행에서 우리는 열다섯 코스를 걸었으니 아직도 열한 개가 남아있다. 이번 5차에서는 남은 코스 중에 제주도 서쪽을 택했다. 제주의 서쪽은 바람이 드세다고 들었다. 그래서 겨울이 오기 전에 걷고 싶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8코스(월평~대평), 10코스(화순~모슬포), 10~1코스(가파도), 11코스(모슬포~무릉), 12코스(무릉~용수), 14~1코스(저지~무릉), 6개 코스를 걸었다. 여행 내내 하늘은 높았고, 기온도 따뜻하였고, 바람도 불지 않고 잠만 자고 있었다. 제주 여행 다섯 번째이지만 이번처럼 좋은 날씨는 처음이다.

 

여행을 마치고 산골로 돌아오니 난데없는 국사책 논란으로 세상은 시끄러웠지만, 노란 콩잎은 아직도 떨어지지 않고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어설프지만 농부 노릇도 할 수 있었다. 천만다행이었다. -84)-계속-

'기행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올레, 길 위의 풍경> 86  (3) 2024.11.21
<제주올레, 길 위의 풍경> 85  (3) 2024.11.20
<제주올레, 길 위의 풍경> 83  (13) 2024.11.18
<제주올레, 길 위의 풍경> 82  (5) 2024.11.17
<제주올레, 길 위의 풍경> 81  (17) 2024.11.16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