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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길 위의 풍경>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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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4. 11. 18.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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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군단의 전투 대형은 아테네 중장보병과 비슷했지만, 군대를 활용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랐다. 점령지를 일시적으로 약탈하고 돌아왔던 아테네군과 달리 로마군단은 점령지에 장기 주둔하면서 도시를 건설하고 조세를 징수했다.

 

로마 정부는 총독을 파견해 점령지를 다스렸고, 점령지와 로마를 직선도로로 연결함으로써 반란을 신속하게 진압하는 데 필요한 물류 <인프라>를 구축했다.

 

로마군단은 방패와 창과 양날 단검으로 무장한 100명 단위의 백인 대, 백인 대 다섯을 모은 대대, 10개 대대를 유기적으로 편재한 군단을 핵심 전력으로 삼고 투석 병과 보급병 등 지원부대를 결합한 구조였는데,

 

백인대장은 노련한 병사가, 대대장은 선출 지휘관이, 군단장은 전직 고위급 정치인이 맡았다. 전성기에 25개 군단 30만 명이나 되었던 군인들은 월급을 받으면서 20년 정도 복무했고 제대할 때는 퇴직금을 받았다.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 1(, 도서 출판. 아름다운 사람들) 118~119쪽에서 인용.

 

*각설하고 오늘도 올레를 걸어보자.

 

한편, 오래전에 읽었던 일본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하루키의 여행법(김진욱 옮김, 문학사상사, 1999)에서의 그가 한 말이 생각난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나는 여행을 하는 동안에 그렇게 세밀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대신 작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그때그때 짤막하게 적어 놓을 뿐이다. 가령 <보자기 아주머니>라고 적어 놓고, 나중에 수첩을 펼쳐 그것을 보면, 아 그렇지. 터키와 이란 국경 근처의 작은 마을에 그런 이색적인 아주머니가 있었지, 하고 쉽게 생각해 낼 수 있게 해놓은 것이다. 요컨대 내가 가장 알아보기 쉬운 형태의 <헤드라인>이면 된다. 바다에 부표를 띄우듯이 그렇게 적어 놓는다. 서류 서랍의 색인과 같다.”

 

이어서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어쨌든 그때그때 눈앞의 모든 풍경에 나 자신을 몰입시키려 한다. 모든 것이 피부에 스며들게 한다. 나 자신이 그 자리에서 녹음기가 되고 카메라가 된다. 내 경험으로 보건대 그렇게 하는 쪽이 나중에 글을 쓸 때 훨씬 도움이 된다. 반대로 말한다면, 일일이 사진을 보지 않으면 모습이나 형태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살아있는 글이 나오지 않는다

 

아아. 이럴. 어쩌나! 하지만 <제임스 월러(1939~2017)>? <무라카미 하루키(1949~현재)>? 를 놓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월러>는 사진작가고, <하루키>는 소설가다. 나는 사진작가도 소설가도 아니다. 내 방식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다만 <살아있는 글을 쓰기 위하여 사진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하루키의 말은 수긍하기 어렵다. 나의 경우와는 판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당히 찜찜한 것은 사실이다. 각설하고,

 

나도 하루키처럼 가끔은 여행하다가 멋진 말이 떠오르면 수첩에 그 형상을 메모도 하지만 대부분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주인공 <킨케이드>처럼 <기억용 스냅사진>을 주로 애용한다. 이때 성능 좋은 스마트폰이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내 경우는 여행에서 돌아와 여행 때 찍은 스냅사진들을 돌려보면 거짓말같이 기억이 새롭다. 그때의 심상까지 되살아나곤 한다. 그래서 이 글을 쓸 수 있고 또 쓰는 것이 즐겁다.

 

이번 여행에서도 나는 예의 스냅사진을 마구 찍었다. 찍고 보기만 했지, 그것을 따로 노트북에 저장할 줄을 몰랐었다. 그러다 보니 스마트폰에 사진들이 넘친 모양이었다. 어느 날 저장 공간이 소진되었다는 경고 메시지가 스마트폰에서 연방 깜빡거렸다.

 

할 수 없이 오래된 사진부터, 중복성이 있거나 덜 필요한 사진부터, 수백 컷을 지우고, 다음날 그만큼 찍고 또 지우는 식으로 여행을 이어 갔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아까운 풍경을 지우려니 손까지 떨렸다. 집으로 돌아가서는 노트북에 사진 저장법을 익혀 저장해야지 다짐하면서……-83)-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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