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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길 위의 풍경>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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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4. 10. 29.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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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술과 간>에 대하여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알코올과 간의 관계는 밀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부에서 너무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간경변증과 알코올의 관계는 이미 18세기부터 알려져 있었으며, 각국의 통계를 보더라도 대부분 그 원인을 알코올에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간경변증 환자의 약 60% 정도가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미루어보더라도 그 연관성은 얼마든지 짐작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음주자와 비음주자의 간경변증 발생률을 보면 음주자 쪽이 일곱 배 정도 더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전혀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는 사람에게서도 동일한 병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알코올이 곧 간경변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알코올성 음료를 비교적 적게 섭취하는 동남아시아 각국에서 간경변증 발생률이 오히려 높다는 것과 그들의 식문화가 단백질 식품과 가깝지 않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 해도 알코올의 다량 섭취로 인해 식물성 식품의 섭취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알코올은 체내에서 연소, 에너지로 변하기 때문에 식욕이 줄어든다. 그래서 과음한 후에는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술꾼들은 술과 함께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보아 간경변증 발생은 알코올 자체에도 원인이 있지만 단백질이나 비타민, 식물성 음식의 섭취 부족과도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 알고 마시면 장수한다.<, 한국소설가협회 회장, 이상문(1947~현재) , 2007년 김&정 출판사 간행>, 53~54쪽 요약함.

 

***각설하고 오늘도 올레길을 걸어보자.

 

달리는 길 오른쪽으로 큼직한 양식 어장 건물들이 바다를 바라보고 이어진다. 무슨 무슨 수산이라는 간판에는 서울의 유명 백화점의 전속 거래처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서로 좋은 일이다.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여기서 양식하는 광어는 거의 전량 일본으로 수출한다는데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으나, 아무튼 수출도 성업 중이라니 이 또한 좋은 일이다. 깨끗한 제주 바닷물로 키운 물고기이니 믿을 수 있지 않겠는가 싶다. 하지만 걱정도 있다.

 

고기가 물만 먹고 자란다면야 무슨 걱정인가. 문제는 사료다. 사료에 섞인 항생제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여론이고 보면, 그것이 걱정된다. 그래서 육지의 내부면 양식장의 고기는 인기가 없어 업자들이 다들 망했다고 한다. 제주의 관련 업체들도 이 점을 유념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또한 괜한 생각들인가?

 

이어서 길을 걸으니 <세화 2>라는 마을 안내판이 서 있다. 세화리,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다. , 생각난다. 20코스를 걸으면서 보았던 해녀항일운동의 현장에 <세화리>가 있었다. 바로 구좌읍의 세화리와 동명이리(同名異里).

 

제주도에도 육지처럼 같은 지명이 더러 있다고 하니 그냥 넘어가고,……, 마을 입구를 지나는데 바닷가에는 무얼 낚아 올리려는지 낚시꾼 서넛이 낚시질에 한가롭다.

 

그 길섶엔 우리나라에만 자생한다는 노란 무궁화, , 황근(黃槿)을 심어 놓았다. 원래 여기가 자생지였지만 멸실 되어 새로 심은듯하다. 흰 바탕에 붉은색의 무궁화는 흔히 보았는데 노란 무궁화는 생소하다. 철이 아니라 꽃핀 황근은 보지 못하고 길을 걷는다.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개마리개>라는 세화포구에 다다른다. 이곳에는 지금도 선주들이 제사를 지낸다는 <생거리 남당>이라는 안내 표시판이 제주의 정서를 말하고 있다. <생거리>는 지명이고 <남당>은 제사 지내는 장소를 말한다. 세화포구엔 해녀의 집을 비롯한 음식, 숙박시설도 많았다.

 

우리는 여기서 하룻밤 묶을 예정이었으나 아직 날도 밝고 기운도 있어 더 걷기로 했다. 아늑한 포구를 앞에 둔, 포구만큼이나 아늑한 카페 하나에는 중늙은이가 화초에 물을 주고 있다. 여유로운 모습이 닮고 싶은 풍경이다.

 

제주에는 해발을 기준으로 지역을 나눈다. 대략 해발 1백 이하는 <해안마을>이고, 1백에서 4백 사이는 <중산간 마을>이며, 4백 이상이면 <산간마을>이라고 한다. 늙은이도 이와 비슷한 구분을 할 수 있겠다.

 

나이야 어떻든 간에 보기에 폭삭 늙었으면 <노인장>이고, 늙긴 늙었는데 아직 꼬부라지지 않았으면 그냥 <노인>이고 늙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저씨라고 부르기도 뭣한 그런 사람이면 <중늙은이>가 아닐까? 요즘은 그런 <중늙은이> 부류가 참 많다. 위의 카페 주인처럼, 그리고 우리들처럼.

 

깊은 포구를 벗어나니 길은 해변의 작은 숲길로 들어선다. 해병대 군인들이 수고해서 만든 향긋한 숲길인데 그 숲길 옆으로 터파기공사가 한창이다. 아마도 큰 숙박업소를 지을 모양이다. 어느 재벌이 이 좋은 숲길을 망치려는지 심히 걱정스럽다.

 

그런데 여행에서 돌아와 확인하니, 그 건물은 나의 옛 직장에서 수련원 하나를 짓는 중이라 한다. 그 말을 듣고는 어안이 벙벙하였다. 건축주도 건축주지만, 왜 이런 해변에 대형 건축허가를 내주는지 당국이 더 원망스럽다. 다른 곳은 몰라도 해변만큼은 개발보다는 자연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남 걱정하는 동안, 길은 아직도 해변인데 어둠은 순식간에 주위를 덮치니 발걸음이 빨라진다. 밤을 대비하여 손전등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다행히 조금 걸으니 민박 겸 식당인 <남쪽 나라>가 불빛을 밝히고 있었다.

 

올레 중간 스탬프를 찍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곳은 밤늦게까지 식당 영업 중이라, 잠귀가 밝은 우리가 유숙하기엔 마땅치 않은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 계속 걸었다.

 

한참을 걸어서 토산중앙교차로에 다다르니 멋진 숙소 하나가 우리를 반긴다. 그 이름도 찬란한 <펜사콜라>, 빨간 콜라처럼 예쁜 집이다. 그곳에서 여장을 풀었다. 시간은 밤 7시를 넘기고 있었다. 펜션 여사장님은 퍽이나, 친절하다. 손님도 많지 않으니 좋은 방에서 지내라며 주방도 딸린 특급 방 하나를 내어준다.

 

여기서 코스 종점까지 14km 남은 지점이라니 오늘 약 9km를 걸었다. 늦은 밤에 어부인은 저녁을 짓고, 나는 인접한 슈퍼에서 한라산(제주의 대표 소주) 한 병을 사와, 반주를 곁들인 저녁을 먹고 우리는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67)-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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