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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길 위의 풍경>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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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4. 10. 2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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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이야기는 하면 할수록 재미가 있다. 그래서 좀 더 해보자.

 

*알코올은 여러 가지 특성이 있는 기이한 물질이다. 1그램당 7칼로리를 함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취하게 하고 의식을 변화시키며 과다하게 섭취하면 죽음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대부분의 다른 음식과 달리 알코올은 몸에 유익하게 작용하지는 않는다. 체내에 흡수되면 최초의 형태대로 즉시 작용을 시작하는데, 우선 20%가 위에서 흡수되고 나머지는 소장에서 흡수된다.

 

알코올은 대단히 빠른 속도로 모든 체액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러므로 한 모금 마시고 2~3분 지나면 위를 포함해서 몸 조직 모든 부분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위가 비었을 때 술을 마시면 알코올의 흡수 속도가 빨라진다. 식전의 한 잔이 식후의 두세 잔보다 훨씬 빠르게 반응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반대로 위 속에 음식, 특히 지방질이 있으면 평상시보다 흡수 과정이 늦어진다.

 

대주가(大酒家)들의 몸은 다량의 술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단련된다. 이런 코스를 계속 밟아나가면 급기야는 식사를 외면하고 오직 술만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몸 여기저기가 아프고, 화를 잘 내고, 감각이 흐트러지고, 결국에는 반사작용이 무뎌지고, 눈에 마비가 오고, 기억이 지워지고, 지각이 흐트러지고, 방향 감각이 없어지고,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절망적인 혼수상태로 돌입한다. 희생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 알고 마시면 장수한다.<, 한국소설가협회 회장, 이상문(1947~현재) , 2007년 김&정 출판사 간행>, 51~53쪽 요약함.

 

***각설하고 오늘도 올레길을 걸어보자.

 

제주 올레, 길 위의 풍경4코스(표선~ 남원 올레)

 

4코스 시작점 주변은 유독 번잡하고 시야가 넓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코스 시작점을 찾지 못해 한동안 헤매었다. 해변 입구에 올레 리본이 있어 한참으로 따라가다가 보니 3코스를 역방향으로 걷고 있음을 뒤늦게 확인하고는 되돌아왔다.

 

시작점은 바로 해변 입구, <올레 안내소>와 함께 있었다. <올레 안내소>가 바로 시작점인 셈이다. 안내소는 코스마다 있지는 않았고 주요 지점에만 있다. <안내소>를 떠난 길은 <당캐 포구>를 더듬고 곧바로 바닷가 자갈길로 이어졌다.

 

번잡한 시작점과는 달리, <당캐 포구>을 벗어나니 길은 한적하다. 한적한 검은 자갈길 위에 이름 모를 작은 풀꽃들이 엎드려서 길손을 반긴다.

 

해풍에 스치는 바다 냄새는 오후의 나른함을 일시에 떨쳐주는데, 멀리 태평양에서 밀려오는 파도 치는 소리와 내 등산화의 타닥거리는 소리, 그리고 자갈 소리가 겹치니 귀까지 간질거린다.

 

그 길 위에 우뚝 선 해녀 석상 하나, 의연하고 고상하다. 오감이 즐거운 그 길을 무아지경(無我之境)으로 걸었다. 무아지경에서 벗어나니 길은 <해 비치>라는 간판이 붙어있는 게스트하우스 앞의 차도로 들어선다. 그곳의 야외 파라솔 밑에는 남녀 한 쌍이 머리를 맞대고 도란도란 속닥거리는 모습, ! 보기 좋다.

 

차도에도 걷는 사람, 달리는 사람이 겹치고 지나는 자동차들의 모습도 활기차다. 주변에 숙박업소가 많아서인지 관광객도 적지 않다. 저 멀리에는 영화 속에서 김태희가 올랐다는 흰 등대 하나가 검은 자갈 위에서 반짝반짝 빛난다.

 

바닷가 늪이라는 <갯늪>을 지난 길은 <바르게살자>라는 표석이 선 작은 공원에 다다른다. 공원 속의 시비 하나가 눈길을 끈다. 제주 출신 송상 시인의 시 <기억 너머의 귀영구석>라 적혀있다. 만난 적도 읽은 적도 없는 시인이지만, 길 위에서 만난 시는 언제나 반갑고 깊어진다.

 

-곧은 길은 귀영구석 길이 아니다/ 갯바위로 에두른 올레길을 밟으면서/ 우리들 삶이 닮아 온 것이다// 낯선 사람들이 굽어 간 길목마다/ 바람은 누이 손톱 같은 갯찔레꽃을/ 환장하게 피워 내는데/ 우리들의 얼굴을 닮았던 길은/ 기억의 방에서 하얗게 비워지고 있다// 누가 귀영구석 길을 허물어 왔을까/ 뭍이 그리운 밀물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 돌담으로 경계 그은 신작로 길섶에/ 면 직원이 뿌려놓은 유채꽃들이/ 당포를 향해 목을 빼 들고/ 화르르 화르르/ 우울증을 털어내고 있다.

 

길은 두 개다. 곧은길과 추억의 길, 추억은 언제나 그리운 것, 아직도 남아있는 노란 유채꽃이 시인의 마음이리라.

 

*최근 출간한 시인의 두 번째 시집등기되지 않은(한국문연, 2015)에 실린 시였다. <귀영구석>은 송상 시인의 시비가 세워진 곳으로 <갯늪>부근의 지명이다.

 

해안도로를 한참 걸어<제주해양수산연구원>도 지나니 바닷가에 작은 카페 하나가 손님들로 북적댄다. 테라스의 풍경과 사람들 소리에 끌려 우리도 자리 하나를 찾아 앉았다. 마침 메뉴를 보니 생맥주가 있어 한 잔을 주문했다.

 

그 한 잔은 나의 몫이고, 어부인은 술 대신 물을 마셨다. 갈증에는 역시 물이 최고이긴 하다만 나는 술을 좋아하니 술을 마신다. 맥주는 역시 생맥주가 제일인데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500cc 한 잔이 일반 시중의 배 이상이었다. 생맥주 한 잔에 갈증을 풀고 다시 길을 나섰다.

 

햇볕은 강하지만 적당한 바람이 있어 걷기에 좋은 날씨다. 걷기 좋은 날씨가, 타기도 좋은 모양이다. 남녀 두 연인이 자전거에 두 몸을 한 몸 인양 싣고 우리를 스치고 달린다. 2인용인데 앞사람만 페달을 밟고 뒷좌석의 여자는 발을 들고 달린다.

 

식판 하나도 마주 들어야 엎지르지 아니하고, 작은 콩 하나라도 나누어야 가족이라 했는데, 아무리 평지라도 혼자보다는 둘이 힘을 보태면 오죽 수월할까, 괜한 생각을 해본다. -66)-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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