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대하여 좀 더 이야기해 보면,
*술을 혼자 마시면 소작(素酌)이요, 둘이 마시면 화작(和酌)이고, 셋이 마시면 한작(閒酌)이라, 넷이 마시면 안작(安酌)이요, 다섯이 마시면 수작(秀酌)이고, 여섯이 마시면 전작(全酌)이라, 일곱이 마시면 등작(登酌)이요, 여덟이 마시면 임작(臨酌)인데, 아홉이 마시면 연작(宴酌)이더라.
작인(酌人)이 여럿 모일수록 취흥(醉興)은 더욱 높다. 그러나 군자의 술자리는 아무리 작인이 많아도 번거롭지 않고, 홀로 마신다고 하더라도 도인(道人)은 천하를 떠나 있지 않다. 그런 까닭에 군자는 여럿이 마실 때는 천지의 근원을 잊지 않고자 하고, 홀로 술을 마실 때는 천지의 대용(大用)을 잊지 않고자 한다.
『술, 알고 마시면 장수한다.』 <현, 한국소설가협회 회장, 이상문(1947~현재) 저, 2007년 김&정 출판사 간행>, 89쪽에서 요약함.
**소인의 옛 직장 상사께서는 고객을 접대할 때나, 어쩌다 우리끼리 술을 마실 때에도 꼭 사인 일조(四人一條)를 강조하셨다.
즉 네 사람이 한 조가 되게 하여 마시자는 뜻이다. 그래야 상 차리기도 좋고 대화도 풍성하더라는 말이다. 그러니 네 사람이 마시면 안작(安酌)이라지 않겠는가. 안작(安酌)이라, 음……,옳으신 말씀이다.
***각설하고, 오늘도 올레길을 걸어가자.
▲제주 올레, 길 위의 풍경~네 번째 이야기
<제주도는 바람,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三多島)라 하고, 도둑, 거지, 대문이 없다고 해서 삼무(三無)를 말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제주의 삼보(三寶)가 더 있다. 그것은 자연· 민속· 언어다. 이 세 가지를 모르면 제주를 안다고 할 수 없고, 이 세 가지를 쓰지 않으면 그것은 제주도 답사기일 수 없다.> 유흥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7』 (창비 2012년) 서문에서 한 말이다.
최근에 마련한 빈 과수원에 묘목을 사다 채우고, 텃밭에는 채소류 씨앗을 뿌려놓고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새봄이 익어가는 4월의 마지막 주 오후에 제주공항에 내렸다. 그동안 가끔 떠다니던 구름도 한 점 없는 깨끗한 하늘이 여심(旅心)을 더욱 설레게 한다. 설렘을 즐기며 느긋한 마음으로 제주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표선 행(行) 버스에 올랐다.
버스도 느긋하다. 번영로를 타고 한라산 중산간지대를 넘어 남쪽으로 달리면서 정류소마다 승객을 조심스럽게 내려주고 태운다. 한 시간을 넘게 그렇게 달린 버스가 드디어 종점에서 우리를 내려주었다. 내린 지점이 올레 4코스 시작점 부근인 제주민속촌박물관 뜰이었다. 뜰은 넓고 깨끗하고 한가로웠다.
우리는 박물관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시간이 어중간하여 관람은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입구를 스치면서 커다란 안내 간판 하나와 마주쳤다. 안내문에는 제주의 3다(多). 3무(無). 3보(寶)를 보니, 3다(多)와 3무(無)는 유 교수와 같은데, 3보(寶)는 둘은 맞고 하나는 다르더라. 그곳의 3보(寶)는 자연과 민속, 언어. 식물이라고 적고 있다.
음미해 보면, 3다(多) 중에 바람과 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고, 여자는 따져봐야 하겠지만 지금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도둑, 거지, 대문의 3무(無)는 많은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제주도는 옛날 제주가 아니다. 지금은 교통수단도 좋아졌고 관광객도 인구도 많이 늘었고, 시대도 변했으니 3무(無)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3무(無) 중에 대문이 없다는 것은 더러 보아왔다. 아파트는 그럴 수 없겠지만 많은 단독주택에는 대문이 없었다.
이제는 3다(多)와 3무(無)은 중요하지 않게 되었고, 대신 아주 중요한 제주의 3보(寶)는 따져 보고 싶었다. 과연 제주의 보물은 무엇이며 어떻게 분류하는 것이 좋을까를, 민속박물관의 3보(寶) 즉, 자연과 민속을 하나로 묶은 것이 좀 어색하다. 3보가 아니라 4보라는 느낌이다.
자연과 민속은 엄연히 다른 부류로 해야 할 것 같다. 대신에 식물은 자연에 포함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해서 나도 유 교수가 분류한 자연· 민속· 언어가 더 마음에 들었고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제주의 자연이 3보의 첫 자리를 차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인정하는 바일 것이다. 민속과 언어는 사람의 영역이지만, 자연은 신의 영역 아니겠는가, 우리나라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은 열 곳이나 있어도 자연유산은 제주도(2007년 등재)가 유일하기에 그렇다.
예전에 설악산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기 위하여 준비하다가 강원도 도의회가 반대하여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있지만 생략하고, 제주도는 더 나아가 2003년도에 이미 <세계 생물권 보호지역>으로 등재되었고, 2010년에는 <세계지질공원>으로도 지정되었으니 유네스코 세계유산 3관왕이 된 셈이다.
제주도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지역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과 성산일출봉(응회구) 그리고 거문오름 용암동굴 계(벵뒤굴, 만장굴, 김녕사굴, 당처물동굴, 용천동굴)이고,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핵심지역은 한라산, 성산일출봉, 수월봉, 산방산, 용머리해안, 대포동 주상절리대, 서귀포 패류(貝類) 화석층, 천지연폭포, 만장굴, 우도, 비양도, 선흘 곶자왈 등 열두 곳이다.
참고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에 의하면, 등재 대상은 인류 전체를 위하여 보호되어야 할 뛰어난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부동산(유산)으로 규정하고,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유산 등재 기준은 국경을 초월할 만큼 독보적이며 전 인류가 함께 보존해야 할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으로, 진정성과 완전성이 입증되는 유산이라고 되어있다.
이쯤 되면,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제주의 자연은 제주의 보물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보물을 넘어서 세계의 보물인 셈이다. 제주의 인구가 늘어나고 관광객이 줄을 잇는 것이 어찌 우연이겠는가. 덩달아 뛰는 제주의 땅값 또한 이유가 있는 것이리라.
제주의 자연이 어디 그뿐이겠는가! 화산이 터지면서 생긴 <오름>은 또 얼마나 기묘하며, 길에서 만난 돌. 나무. 풀. 잔디, 그리고 바다는 얼마나 특출한가. 제주는 자연 개개의 빼어남도 좋지만 자연 간의 조화로움은 더욱 황홀하다. 특히 올레길 위의 풍경은 모두가 국보급이니 이상 무슨 말을 더하리, 아~, 좋아서 기가 막힌다는 말이 어울린다. -61)-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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