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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길 위의 풍경>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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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4. 10. 2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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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술에 대하여 좀 더 알아보자.

 

*술이란 원래 생동지물(生動之物)이라 담겨져 있지 않으면 그 작용을 예측할 수 없다. 그런 까닭에 술을 마심에 있어 먼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체(). 몸이 건강하지 않은즉 술의 독을 이기기 어렵다.

 

둘째는 기력(氣分)이다. 기력이 평정(平靜)하지 않은즉 술의 힘을 이길 수 없다.

 

셋째는 장소(場所). 시끄러운 곳, 바람이 심하게 부는 곳, 좌석이 불안한 곳, 햇빛이 직접 닿는 곳, 변화가 많은 곳에서는 많이 마실 수 없다.

 

넷째는 때(). 술은 기()와 과정(過精)이므로 묘후(卯候)를 피한다. 묘후는 만물이 일어나는 때다. 이때는 적게 마시는 것이 좋다. 많이 마신즉 잘 깨지 않는다.

 

주법(酒法)에서 가장 큰 병()은 자신에 몰두하는 것과 급한 마음이다. 자신에게 몰두하는 것은 막히는 것이고, 급한 마음은 요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대저 마음이 바르지 못한즉 자신에 크게 집착하고 마음이 고르지 못한즉 급한 마음이 되는 까닭에 작인(酌人)은 평직(平直)한 마음을 먼저 갖춘 연후 점차 주법의 깊은 경지에 들어가게 된다.

 

술이란 많이 마실수록 변화가 많고 즐거움도 많지만, 그 어려움 또한 극()이 없다. 오직 군자라야 그 중용(中庸)을 잡고 주()에서 천리(天利)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 알고 마시면 장수한다.<, 한국소설가협회 회장, 이상문(1947~현재) , 2007년 김&정 출판사 간행>, 87~88쪽에서.

 

***오늘은 이쯤하고 올레길을 걸어보자.

 

제주 3()의 다음 자리는 민속이다. 민속은 문화와 통하지 않을까 짐작하지만, 사실 나는 제주의 민속에 대하여 잘 모른다, 다만, 올레길을 걸으면서 본 제주의 풍경과 제주인의 생활풍습이 육지와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사는 환경이 다르니 자연적으로 생긴 현상인지는 모르지만, 보면서 <! 참 좋다> 싶은 것들이 많았다.

 

제주 하면 떠오르는 것이 돌하르방과 해녀다. 그러니 당연히 해녀와 돌하르방은 제주 민속의 으뜸 자리에 앉을 만하다는 생각이다. 해녀는 생물일라 그렇다 치고 돌하르방은 또 얼마나 멋있는가. 여기에 대해서 토를 다는 것은 사족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제주는 신당을 모시는 풍습이 참 유별나다. 가는 곳마다, 사는 곳마다 신당이다. 마을 공동체의 신을 모시는 본향당과 바다의 신을 모시는 해신당을 비롯한, 매달 이레에 찾아가는 당집인 <일뤠당>, 매달 여덟째 날에 찾아가는<여드레당> 등 지금도 삼 백여 곳의 신당이 있다는데, 중요한 것은 신당들이 소박하다는 점이다.

 

나무나 돌이 그대로 신당이 되고, 지전 한 장이 제물이 되어, 자기성찰을 통한 마음의 평온을 찾는 곳이 신당이다. 완전치 못한 인간의 인지상정으로 나는 이해한다.

 

그리고 길 위의 흐뭇한 풍경 하나, 마을 길을 걷다 보면 문간에 세워진 정낭의 모습이 얼마나 정겨운지 모른다. 15코스 여행기에서 말했지만, 이웃이나 찾아온 손님에 대한 멋진 배려가 아닌가.

 

대문을 뚜드리지 않아도, 전화를 걸지 않아도, 이웃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주인이 어디쯤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을, 게다가 마음만 먹으면 가지고 온 선물을 놓고 갈 수도 있으니, 정낭은 문()이기도 하고 마음이기도 하다.

 

그다음, 마을마다 즐비하게 세워진 비석거리가 역사적이다. 거기엔 마을의 내력이 적혀있고, 선각자들의 공덕과 고향을 떠난 인사들의 참뜻이 새겨져 있다.

 

때로는 공감을 얻지 못하는 비석을 세웠다가 비난을 사기도 한다지 만, 길손은 알 수 없는 일이고 좌우지간에, 앞서간 사람들은 공덕을 쌓았고 뒤따르는 사람들은 그들을 잊지 않고 새겼으니 그 정신이 나는 부러웠다. 작은 비석들이 무척이나 든든하였다.

 

그리고 제주의 묘지들도 보기 좋다. 육지에서는 저마다 잘났다고 양지바른 산자락마다 크고 높은 봉분을 세워 자랑하고 있지만, 제주에서 나는 그런 묘지는 본 일이 없다. 대부분이 공동묘지이거나 가족 문중 묘지다.

 

그러면서 묘지마다 깨끗이 쌓아 올린 검은 돌담은 얼마나 진실한가. 조상을 편히 모시려는 후손들의 정성이 묻어나지 않는가. 모름지기 모심은 정성임을 알 수 있는 모습이다.

 

한편 제주인들에게는 아킬레스건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육지인들의 기피증이다. 4.3사건 때 육지에서 온 토벌대가 순박한 양민들을 폭도로 몰아 무차별 학살한 것 때문이다. 그때부터 육지 것들이라는 말이 나오고, 그래서 이들을 사위나 며느리로 삼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이야 그런 인식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니 큰 다행이다. -62)-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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