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제주 올레, 길 위의 풍경> 59

기행문

by 웅석봉1 2024. 10. 18. 12:42

본문

★『, 알고 마시면 장수한다.<, 한국소설가협회 회장, 이상문(1947~현재) , 2007년 김&정 출판사 간행>, 72~74쪽에서 요약함.

 

*시인 조지훈의 주도 유단(酒道有段)18계단

 

부주(不酒)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

외주(畏酒)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민주(憫酒)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은주(隱酒)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상주(商酒)마실 줄도 알고 좋아하기도 하면서 무슨 이익이 있을 때만 마시는 사람.

색주(色酒)성생활을 위하여 마시는 사람.

수주(睡酒)잠이 안 와서 마시는 사람.

반주(飯酒)밥맛을 돕기 위해 마시는 사람.

학주(學酒)술의 진경(眞境)을 배우는 사람(주졸 酒卒)

애주(愛酒)술의 취미(趣味)로 맛보는 사람(주도 酒徒)

기주(嗜酒)술의 진미(眞味)에 반한 사람(주객 酒客)

탐주(耽酒)술의 진경을 체득한 사람(주호 酒豪)

폭주(暴酒)주도를 수련하는 사람(주광 酒狂)

장주(長酒)주도삼미(酒道三味)에 든 사람(주선 酒仙)

석주(惜酒)술과 인정을 아끼는 사람(주현 酒賢)

낙주(樂酒)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주성 酒聖)

관주(觀酒)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 없는 사람(주종 酒宗)

폐주(廢酒)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열반주 涅槃酒)

 

**부주·외주·민주·은주는 술의 진경과 진미를 모르는 사람이요, 상주·색주·수주·반주는 목적을 위해 마시는 술이니 술의 진체(眞諦)를 모르는 사람이다. 학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 초급을 주졸(酒卒)이란 칭호를 줄 수 있다. 반주는 2급이요, 차례로 내려가서 부주가 9급이니 그 이하는 척주(斥酒) 또는 반주당(反酒黨)들이다.

 

***술 이야기는 다음에 또 하기로 미루고, 제주 올레길을 또 걸어보자.

 

정상을 돌아서 내려오니 바로 저수지다. 저수지는 인공 못이다. 규모가 축구장 수십 개는 될 정도로 상당하다. 용수저수지 다음으로 크다고 한다. 제주도에도 이런 못을 만들 수 있는 지역이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바닷물이야 지천이지만 민물이 있어야 논농사는 물론이요 밭농사도 지을 수 있지 않겠는가.

 

특히 쌀이 귀한 제주에 벼농사를 지어 쌀막걸리라도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걸어 나가는데. 옛 올레길은 저수지 방죽을 한 바퀴 도는 길이었으나 최근 유행하는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 방지를 위해 지금은 저수지 상부인 수산유원지를 가로지르는 길로 변경되었다.

 

저수지 끝에서 돌아보니 물가에 큰 소나무 한 그루와 산 중턱에 남향의 절()이 쌍을 이룬다. 절은 스님들이 지킬 것이고, 소나무는 사백 년 넘은 마을의 수호목이라 하니 마을 사람들이 지킬 터이다, 그런데 겨울에 눈을 맞으면 곰을 닮았다 하여 곰솔이라 부른다는 그 소나무가 눈을 기다리는 모습이 애잔하여 그를 다시 올려다본다.

 

그런데, 한창 붉게 핀 벚꽃과 낚시꾼들의 낚싯대 채는 구경에 정신을 놓아 또 길을 잃었다. 옛 올레 리본을 따라 걸어서 저수지 둑 근처까지 갔다가 길을 잘못 들었음을 알고 뒤돌아 와 수산교에서 리본을 찾아 바른길을 걷게 되었다.

 

길을 찾아 한숨을 돌리니 수산교 옆에 절 같은 고택이 눈에 들어온다. 대문에 <수운교 수산지부>라는 현판, 수운교? ‘수운어디서 많이 듣는 말인데, ……,그렇지요, 동학 교주 최재우(1824~1864)의 호가 수운아닌가. 여기서 동학을 만나니, 잡혀가는 녹두 장군 전봉준의 시퍼런 눈이 떠오른다.

 

전봉준을 시퍼런 눈을 뒤로하고 수산저수지를 지나 밭길과 마을 길을 걸어 <희망의 다리>라는 명패가 붙은 좁은 다리 앞에서 왼쪽으로 꺾어, 작은 언덕 위에 다다랐다.

 

주위는 온통 감귤밭인데 감귤은 없었다. 수확이 끝난 후였다. 시장기가 돌아 길가를 보니 마침 긴 의자가 있어 앉았다. 앉아서 준비한 막걸리 한 잔을 마셨다. 싸리하고 달착지근하고 시원한 그 맛을 누가 다 알아주겠는가!

 

아리아리한 기분으로 몸을 녹이는데, 의자 주인이라는 노인이 나타나서 의자값을 내란다. 옳다구나 싶어, 막걸리 한 잔을 올리니 고맙다는 말이 돌아온다.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면서 명함 한 장을 내민다. 농부도 명함이 있다는 사실이 고맙다.

 

명함을 보니 한라봉 전문 농장이다. 여기서 잠깐, 제주 감귤의 종류를 알아보자. 조생종, 극조생종, 만감류, 금감류, 오렌지류 다섯으로 크게 분류한다. 한라봉은 감귤의 동그란 형태가 한라산을 닮았다 하여 한라봉인데 오렌지류에 속한다. 더 들어가면 복잡하다. 노인이 준, 명함을 지갑에 챙겨 넣고 길을 걸었다.

 

길은 예원동 버스정류장을 지나는데, 나이 많은 폭낭(팽나무) 두 그루가 사이좋게 살아가는 모습, 부부의 참모습이다. 예원 교차로를 건너 <장수 물> 입구에 다다르니 또 벚꽃이 만발했다. 오늘은 벚꽃 잔치라도 해야 할 판이다.

 

<장수 물>, 먹으면 장수한다는 물인가? 장수가 먹는 물인가? 생각하며 안내판을 보니 김통정 장군이 후퇴할 때 생긴 발자국 터에서 솟아나는 물이라 하니, 제주민의 신뢰가 장군의 신화가 된 것이 아니겠는가. 59)-계속-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