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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길 위의 풍경>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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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4. 10. 17.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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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음주십계(飮酒十戒)를 소개한다.

 

, 알고 마시면 장수한다.<, 한국소설가협회 회장, 이상문(1947~현재) , 2007년 김&정 출판사 간행>, 78~81쪽에서 요약함.

 

*음주십계(飮酒十戒)

 

1. 자기 주량을 알고 마셔라절제할 줄 모르면 실수한다. 실수하면 개차반이 된다.

 

2. 즐거운 기분으로 마셔라기분 나쁜 소리나 남을 험담하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러므로 가급적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대화를 즐겨라.

 

3. 1차에서 끝내라2, 3차 계속하면 신체적인 후유증만 생기고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4. 가능하면 천천히 마셔라급하면 체한다. 체하면 취하게 되도 취하면 말이 많아지고 말이 많아지면 추태가 나온다.

 

5. 최소한 2~3일은 쉬고 마셔라계속 마시면 간이 견디지 못한다.

 

6. 반드시 양질의 안주와 함께 마셔라고단백질의 안주를 먹어야 간을 해독한다.

 

7. 술 마실 때는 담배는 피하라니코틴이 알코올에 잘 용해된다. 그러면 더 빨리 취한다.

 

8. 술 마신 뒤에는 운동은 금물이다심장마비가 온다. 사우나도 독이다.

 

9. 해장술은 절대 마시지 마라.간과 위장이 망가진다.

 

10. 정도 이상의 과음은 심신이 괴로울 뿐이다. 취하려고 마신다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술은 즐기려고 마시는 것이다.

 

**각설하고 오늘도 역시 제주 올레길을 걷는다.

 

마침 언덕 위의 3층 집 <한 아름 하우스>가 좋아 보였다. 하우스의 정원에 들어서니 펼쳐진 전망이 넓고도 시원하다. 우리는 그곳에 배낭을 풀고 시장기를 해결하기 위해 하우스를 나왔다.

 

처음 목표는 해변에 있는 <해녀의 집>이었는데, 우리가 들어간 곳은 제주산 흑돼지구이 전문점이었다. 잠시 순간 마음이 바뀌었다. 봄날 제주의 날씨처럼 우리의 마음도 변덕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다행인 것은 그날 흑돼지는 진짜였다.

 

아침에 일어나니 하우스 전체가 시끄럽다. 어젯밤 늦게 도착한 투숙객들이 언제 일어났는지 부산히 움직인다. 들리는 소음이 신경을 곤두세운다. 지친 길손을 재우는 집들이 품위가 부족함은 어디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아침은 셀프로 해결하고, 하우스를 나서니 마침 휴일이라 길 위는 관광객들로 만원이다.

 

올레는 기암괴석이 즐비한 해변을 걸어 <중엄새물>이라는 용천수도 지나서 구엄포구에 이른다. 구엄포구에는 1950년대까지 돌소금을 만들었다는 <소금빌레>가 펼쳐진다. 300m나 되는 암반 위에 바닷물을 퍼 올려 소금을 만들던 그때를 상상하니 그 모습은 장관이었겠고, 또 한편으로는 낭만도 꿈틀거렸다.

 

그런 소금이니 질도 좋았다고 하는데, 사라진 것이 아쉽다. 복원하여 관광 상품화하면 어떨까, 생각하면서 길을 걸어 나갔다.

 

길은 포구를 꺾고 이제는 내륙으로 접어드는데, 어부인의 전화벨이 울렸다. 받고 보니 며느리다. 그저께 결항 된 비행기표는 구했는지? 돌아오는 시간에 맞추어 무슨 가정행사 하나를 해야겠는데 의향은 어떠한지? 등의 대화였다는데,…… 바람 소리에 통화가 시원치 못했다.

 

그런 와중에 통화를 마치니 올레 리본이 보이지 않았다. ! 불사! 한순간에 길을 못 찾고 우왕좌왕하는 우리의 형색을 알아차린 올레 청년이 올레길을 가르쳐준다. 고맙다. 가르쳐주는 손을 따라 걸으니, 길가의 양지바른 쪽에 어느 통정대부가 영면하고 계시고, 파란 보리밭 위로는 까칠한 보리가 이삭을 피웠다.

 

허연 수염들은 봄바람을 따라 누웠다 일어선다. 누웠다 일어서는 보리를 보니 갑자기 김수영(1921~1968) 시인의 시 <>(1968.5.29.)이 생각난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풀이 민중이 아니라도 좋고, 바람이 억압이 아니라도 좋다. 눈앞의 좋은 풍경을 가슴에 안고 한참을 걸어 일주서로를 건너 밭길을 가더니, 길은 물메(水山), <수산봉>으로 들어선다.

 

<수산봉> 입구의 나무 계단을 지나 십여 분을 걸어 올라 정상에 이르니 어제 보았던 고내봉이 손에 잡힐 듯하고, 멀리 한라산은 앉은 듯 누운 듯 구름 속에 아스라이 어린다. 정상의 넓은 경사지에는 작은 연못 하나, 그래서 이 봉을 <물메>라고 하는 모양이다. 기우제 지내기 딱 좋은 장소다. 58)-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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