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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길 위의 풍경>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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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4. 9. 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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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바쁘게 종종걸음으로 월셔 를 걷는다. 움직이는 화이트칼라 젊은 직원들은 다양한 인종 전시장 같기도 하지만 생동감이 넘친다. 35분 정도 주욱 걸어가면 거대한 로버트 케네디공립학교 센터가 나타난다.

 

24에이커(3만 평)에 달하는 드넓은 부지에 총 58천만 달러의 건립비가 투입된 명실공히 세계 최대 규모의 공립학교다. 1968년 당시 민주당의 미 대통령 후보였던 로버트 F.케네디 (동생 케네디) 연방상원 의원의 암살은 전 세계에 커다란 충격을 던졌다.

 

43세의 젊은 나이의 촉망받던 정치가가 저격범의 총탄에 맞아 숨진 장소는 앰배서더 호텔이었다. 그 호텔이 철거되고 지난 2005년에 공사를 시작해 개교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여러 번의 공청회에는 나도 지역 상인으로 참석한 적이 있다. 24에이커 규모의 캠퍼스에는 6개 건물, 올림픽 경기장 규모의 필드트랙, 2개의 실내체육관, 도서관, 수영장, 극장, 박물관 등 최첨단 시설물이 가득 차 있다.

 

또한 2만 스퀘어피트 규모의 깔끔하게 손질된 공원, 예술벽화, 대리석 기념비 등도 눈길을 잡아끈다. 주차장을 지하에 배치해 교육 공간을 최대화했고, 수영장과 강당, 축구장 등은 시민들에게 이용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윌셔 블러버드를 따라 캠퍼스 전면에 조성된 공원은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여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도 안성맞춤이다.

 

<나는 이곳을 반환점으로 삼아 잠시 숨을 돌린 후 미술학원으로 되돌아간다.>

 

몇 년 간격으로 암살당한 케네디 형제의 이야기는 너무나 비극적이다. 텍사스에서 암살당한 7살 연상의 형님인 케네디 대통령의 한을 풀기 위해서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건만, 또다시 본인이 선거 유세 중에 총격을 받고 죽었다.

 

이로써 케네디 의 아들 중 첫째는 공군 파일럿으로 유럽 상공에서 전사했고, 둘째는 대통령으로 텍사스에서 영부인과 오픈카를 타고 프레이드중에 저격당했고, 셋째는 LA에서 선거 유세 후 호텔 주차장에서 다가온 저격범의 총탄에 당했다.

 

이 셋째 아들의 아들이 이번 대선에 출마했다가 포기하고 최근에 트럼프를 지지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다. 주니어는 출마 처음에는 20%의 지지를 받았지만, 지지율이 점점 내려가서 5%가 되자 포기하고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다. 흑흑.

 

그러나 케네디 대통령의 딸인 케네디는 주일 미 대사를 거친 후 바이든 현 대통령의 임명을 받고 호주대사로 봉직 중이다. 케네디 는 본래 정통 민주당이다.

 

-57 La 조일상 작가의 <미국의 역사 정치>( 2024915) 칼럼에서 인용함.

 

*57 La는 조일상 작가가 부산상고 57회이고 지금 La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 그는 이런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듯하다. 공감한다. 각설하고 올레길을 걸어보자.

 

승천하지 못한 용을 뒤로하고 그 용이 놀았다는 <용연(龍淵)> 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물속에 용이 산다는 <용연>도 역시 북적거린다. 붐비는 공원에 연인 한 쌍이 이미 다란성(多卵性)이 되어있는 자물쇠 나무에 열매 하나를 보탠다.

 

그들이 빈 소원은 무엇일까, 변치 말자는 사랑의 약속일까, 아기를 갖게 해 달라는 기도일까? 달인 열매들은 모양도 다르고 색깔도 다르다. 매단 사연만큼이나……,

 

용연(龍淵), 그 옛날 고관들이 여름밤에 물놀이하던 곳이요, 소설가 현기영에 의하면 아이들이 다이빙하던 장소라지만, 내는 볼 때마다 경외(敬畏)감을 느낀다. 제주의 용천수는 모두 이곳으로 모였나 싶을, 정도다. 짙게 푸른 고요를 보노라면 그 속에 정말 용이 살고 있겠다는 느낌. 지울 수가 없다.

 

올레길은 그런 용연 위의 <구름다리>를 건네 다 준다. 건네주는 혼이 있으니 나던 현기증이 사라진다. 그러나 흔들리는 바람은 여전하다. 나는 난간을 붙잡고 빨리 건넜다. 다리를 건너서서 바다를 다시 본다. 희디흰 파도는 검은 바위를 지칠 줄 모르고 달려들건 만 인간의 육신은 나날이 쪼그라드니, 저 자연과는 다르더라.

 

허리를 한번 힘주어 펴고 길을 돌아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 길의 벽들은 온통 그림이다. 넓은 목장에, 한가롭게 풀을 뜯는 말(), 우거진 숲이 삭막한 시멘트를 살아있게 하고 있다. 벽화가 제주 풍경을 다시 말한다.

 

이어지는 길은 <무근 성(陣城)> 경로당을 지나 제주목 관아지에 다다른다. <무근성>은 묵은 성()이다. 옛 제주의 성안이니 도심이다. 지금도 여기 사는 사람들은 자부심이 대단하단다. 그런 마을 길을 걸어 제주 목사가 근무한 <목관아지(牧官衙址)> 돌담길을 돌아서니 높은 정자 하나, 앞을 가로막는다. -3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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