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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길 위의 풍경>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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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4. 9. 17.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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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추석 명절을 맞아 구독자님 모두 건강하시고 만사형통 하시길 빕니다.

 

그렇다고 해서 구매할 책을 미리 정하고 가서 그것만 달랑 사고 돌아온다면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인터넷서점에서 주문하면 되지 무엇 하려 굳이 서점까지 간단 말인가.

 

대형서점의 가장 큰 장점은 뜻밖의 발견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즐거움을 맛보려면 서점의 구조를 미리 파악하고, 어떤 분야의 책을 살펴볼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사려고 마음먹었던 책이 신간 안내나 서평에서 본 것처럼 정말 괜찮은지 확인하는 건 기본이고, 신간(新刊)코너와 베스트셀러 진열대, 스테디셀러 판매대, 기획도서 진열대. 귀퉁이 서가까지 다니면서 이 책 저 책 들춰보는 여유를 누리는 것은 덤이다.

 

나는 이런 방식으로 낯선 도시를 여행했다. 찍어둔 곳을 빠뜨리지 않았고 몰랐던 공간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맛보았다.

 

그러나 나는 내 방식대로 낯선 도시를 여행하면서 들었던, 정확하게 말하면 들었다고 생각하는이야기를 여기에 적었을 뿐이다.

 

그것이 가장 좋은 여행법이라거나 제일 중요한 이야기라고 주장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같은 시간 동안 같은 도시를 다녔다 해도, 다른 사람들은 다른 것을 눈여겨보고 다른 이야기에 귀 기울였을 것이다.

 

따라서 글쓴이로서 내가 독자들에게 기대하는 반응은 하나뿐이다. “, 이 도시에 이런 이야기도 있단 말이지. 나름 재미있군이것 말고는 없다.

 

이 시리즈를 기획한 지 5년이 되었다. 독촉하지 않고 기다려주면서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생각의 길출판사의 모든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197월 유시민.

 

유시민의 도시 기행 1, (생각의 길, 2019) 서문에서 인용. 각설하고, 올레길을 걸어보자.

 

보물 제322, 제주의 심장 관덕정(觀德亭)이다. 제주목 관아의 부속건물로 활쏘기 대회의 본부석 기능을 한 건물이다. 관덕(觀德)이란 사자소이관성덕야(射者所以觀盛德也) , ’활을 쏜다는 것은 훌륭한 덕을 보기 위함이다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유홍준의 문화유산 답사기 7, 243쪽 참조)

 

이곳 제주 관덕정 앞마당에는 최초의 5일 장과, 분노한 군중들이 이재수의 난을 일으킨 곳이 바로 이곳이며, 4.3사건의 시초가 된 194731일의 삼일절 행사가 열린 곳도 바로 이곳이다.

 

또한, 4.3사건의 지도자 이덕구가 처형된 곳도 이곳이며, 제주의 주요 공공 행사가 열리던 장소도 바로 이곳이다. 그런 관덕정은 그런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말이 없다.

 

관덕정, 큰 열주들이 치 받들고 있고, 기와지붕과 기단을 받치는 묵직한 돌층계와 정기 어린 해서체 편액이 위엄을 보인다. 하지만 나는 관덕정 건물도 건물이지만, 두 기의 돌하르방이 더 정겹고 흥미롭다. 그래서 관심이 더 많다. 제주에 남아 있는 47기 중에 가장 빼어난 작품이라는데 한번 감상해 보자.

 

왕 방울 같은 두 눈과 코주부 같은 큰 코, 합죽이같이 다문 입에 비뚤게 쓴 벙거지가 그 옛날 이웃집 할아버지를 연상케 한다. 그런 돌하르방을 보고 있노라면 어릴 적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긋이 내려다보는 노인들이 그리워진다. 몇 안 되는 제주의 오리지널 돌하르방이라 하니 더욱 정겹다.

 

관덕정 광장은 제주 역사의 일번지였다는데 지금은 쓸쓸하다. 광장에 접해있는 관아는 근년에 새로 단장하여 깨끗한 모습이지만, 운치가 없다. 옛모습을 얼마나 복원했는지도 궁금하다. 시간이 부족하여 입구만 보고 뒤돌아섰다. 광장에는 젊은이 둘이 음향기기를 설치하고 있다. 오늘 밤에 여기서 작은 음악회 하나가 열리는가 보다.

 

올레는 관덕정 앞 대로를 건너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서 삼도2동 문화의 집, 제주대 창업보육센터, 도심 속의 초가집 한 채를 지나 남문사거리에 이른다. 사거리를 지난 길은 또 제주 유배길에 다다른다. -35)-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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