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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길 위의 풍경>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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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4. 9. 1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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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시 기행 시리즈 1권인 이 책은 각기 다른 시대에 유럽의 문화 수도 역할을 했던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이야기를 담았다. 이 네 도시에 살았던 사람들이 이룩한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성취는 유럽뿐만 아니라 인류 문명 전체를 크게 바꾸었다.

 

앞으로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도시 넷을 한 권에 묶으려고 한다. 특별한 사유가 생기지 않는다면, 2권은 빈. 프라하. 부다페스트. 드레스덴을 다루게 될 것이다.

 

써놓고 보니 뭐라 말하기 곤란한 책이 되었다. 관광 안내서, 여행 에세이, 도시의 역사와 건축물에 대한 보고서, 인문학 기행, 그 무엇도 아니면서 조금씩은 그 모두이기도 한, 이 책은 도시와 사람의 이야기이다.

 

독자들은 각각의 도시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history)과 그 도시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사람의 생애(story)를 듣게 될 것이다. 여행 정보(information)라고 말 할 만한 것은 많지 않은데, 그 도시를 여행하려는 독자에게 조금이라도 쓸모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넣었다.

 

낯선 도시를 여행하는 데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나는 도시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것을 배운다. 나 자신과 인간과 우리의 삶에 대해 여러 감정을 맛본다. 그게 좋아서 여행한다.

 

그러려면 도시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건축물과 박물관, 미술관, 길과 공원, 도시의 모든 것은 텍스트(text)일 뿐이다. 모든 텍스트가 그러하듯 도시의 텍스트도 해석을 요구하는데, 그 요구에 응답하려면 콘 텍스트(context)’를 파악해야 한다.

 

콘 텍스트는 텍스트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말한다. 도시의 건축물과 공간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생각과 감정과 욕망, 그들이 처해 있었던 환경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누가, 언제, , 어떤 제약 조건 아래서, 어떤 방법으로 만들었는지 살피지 않는 사람에게, 도시는 그저 자신을 보여줄 뿐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지는 않는다.

 

유시민의 도시 기행 1(생각의 길, 2019) 서문에서 인용함.

 

각설하고 올레길을 걸어보자.

 

둘이 하나 되는 어울림이 출렁거린다. 헤어지는 장면보다 만나는 장면이 좋을 것이고, 두 몸이 섞여 한 몸이 되는 만남은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누가 수컷이고 누가 암컷인지 여기서 보았다. 수컷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암컷 아니던가! ~대단한 발견이었다. 나는 일찍이 이런 합수(合水)의 경관(景觀)을 경험한 일이 없었다.

 

암수가 엉켜 도는 다리를 건너서니, 웬 작은 몽돌들이 해변을 메우고 있다. 해변을 메운 몽돌은 밀려드는 파도에 흔들리고 있었다. 제주의 해변은 현무암이나 모래가 대부분인데 이곳만은 몽돌이다.

 

이름이 궁금하여 안내판을 보니 <알 작지 해변>이다. 알은 아래라는 뜻이고 작지는 조약돌이란 뜻이라니 마을 아래 조약돌 해변이란 말이 되겠다. 올레 17코스는 제주도이면서 제주가 아닌 곳 같다. 월대의 <외도 천>이 그렇고, 여기 <알 작지>가 그렇다.

 

신기함에 이끌려 몽돌을 만져도 보고 걸어도 보았다. 만져보니 몽돌은 그대로 몽실몽실하다. 걸어보니 촉감은 매끄러우면서 발바닥을 간질거리는데 소리는 일반 파도 소리가 아니다. 색다르다. 보통의 파도는 철썩거리는데 여기는 철썩거리는 것이 아니다.

 

<차그락막 푸르륙 푸륙> <차그락 푸륙> 그린다. 더 자세히 들으니 <찰그락 착착 푸륙 푸륙> 우는지 웃는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그래서 한참을 들여다본다. 그렇다. 몽돌이 우는 소리이리라. 아니다. 몽돌이 노래하는 소리이리라. 그렇다기보다는 울고 웃는 것은 한 끗 차이에 불과하니 아무르면 어떤가. 몽돌이 악기이고 바닷물이 손이다, 아니 그 반대일지라도 무방하다. 31)-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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