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시 기행 시리즈 1권인 이 책은 각기 다른 시대에 유럽의 문화 수도 역할을 했던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이야기를 담았다. 이 네 도시에 살았던 사람들이 이룩한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성취는 유럽뿐만 아니라 인류 문명 전체를 크게 바꾸었다.
앞으로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도시 넷을 한 권에 묶으려고 한다. 특별한 사유가 생기지 않는다면, 2권은 빈. 프라하. 부다페스트. 드레스덴을 다루게 될 것이다.
써놓고 보니 뭐라 말하기 곤란한 책이 되었다. 관광 안내서, 여행 에세이, 도시의 역사와 건축물에 대한 보고서, 인문학 기행, 그 무엇도 아니면서 조금씩은 그 모두이기도 한, 이 책은 도시와 사람의 이야기이다.
독자들은 각각의 도시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history)과 그 도시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사람의 생애(story)를 듣게 될 것이다. 여행 정보(information)라고 말 할 만한 것은 많지 않은데, 그 도시를 여행하려는 독자에게 조금이라도 쓸모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넣었다.
낯선 도시를 여행하는 데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나는 도시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것을 배운다. 나 자신과 인간과 우리의 삶에 대해 여러 감정을 맛본다. 그게 좋아서 여행한다.
그러려면 도시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건축물과 박물관, 미술관, 길과 공원, 도시의 모든 것은 텍스트(text)일 뿐이다. 모든 텍스트가 그러하듯 도시의 텍스트도 해석을 요구하는데, 그 요구에 응답하려면 ‘콘 텍스트(context)’를 파악해야 한다.
콘 텍스트는 텍스트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말한다. 도시의 건축물과 공간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생각과 감정과 욕망, 그들이 처해 있었던 환경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누가, 언제, 왜, 어떤 제약 조건 아래서, 어떤 방법으로 만들었는지 살피지 않는 사람에게, 도시는 그저 자신을 보여줄 뿐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지는 않는다.
유시민의 『도시 기행 1』(생각의 길, 2019년) 서문에서 인용함.
▲각설하고 올레길을 걸어보자.
둘이 하나 되는 어울림이 출렁거린다. 헤어지는 장면보다 만나는 장면이 좋을 것이고, 두 몸이 섞여 한 몸이 되는 만남은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누가 수컷이고 누가 암컷인지 여기서 보았다. 수컷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암컷 아니던가! 아~대단한 발견이었다. 나는 일찍이 이런 합수(合水)의 경관(景觀)을 경험한 일이 없었다.
암수가 엉켜 도는 다리를 건너서니, 웬 작은 몽돌들이 해변을 메우고 있다. 해변을 메운 몽돌은 밀려드는 파도에 흔들리고 있었다. 제주의 해변은 현무암이나 모래가 대부분인데 이곳만은 몽돌이다.
이름이 궁금하여 안내판을 보니 <알 작지 해변>이다. 알은 아래라는 뜻이고 작지는 조약돌이란 뜻이라니 마을 아래 조약돌 해변이란 말이 되겠다. 올레 17코스는 제주도이면서 제주가 아닌 곳 같다. 월대의 <외도 천>이 그렇고, 여기 <알 작지>가 그렇다.
신기함에 이끌려 몽돌을 만져도 보고 걸어도 보았다. 만져보니 몽돌은 그대로 몽실몽실하다. 걸어보니 촉감은 매끄러우면서 발바닥을 간질거리는데 소리는 일반 파도 소리가 아니다. 색다르다. 보통의 파도는 철썩거리는데 여기는 철썩거리는 것이 아니다.
<차그락막 푸르륙 푸륙> <차그락 푸륙> 그린다. 더 자세히 들으니 <찰그락 착착 푸륙 푸륙> 우는지 웃는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그래서 한참을 들여다본다. 그렇다. 몽돌이 우는 소리이리라. 아니다. 몽돌이 노래하는 소리이리라. 그렇다기보다는 울고 웃는 것은 한 끗 차이에 불과하니 아무르면 어떤가. 몽돌이 악기이고 바닷물이 손이다, 아니 그 반대일지라도 무방하다. 31)-계속-
<제주 올레, 길 위의 풍경> 33 (12) | 2024.09.15 |
---|---|
<제주 올레, 길 위의 풍경> 32 (15) | 2024.09.14 |
<제주 올레, 길 위의 풍경> 30 (8) | 2024.09.12 |
<제주 올레, 길 위의 풍경> 29 (4) | 2024.09.11 |
<제주 올레, 길 위의 풍경> 28 (2) | 2024.09.10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