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TS 유스호스텔을 이용하지 않고, 대명리조트를 이용할 참이었다. 사실 지난번 여행 때는 이택승 사장의 배려로 유스호스텔을 무상으로 이용했기에 부담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직접 음식도 해 먹어 볼 요량으로 가족 회원권이 있는 대명 콘도를 사전에 예약했었다.
-아, 함덕리 말이죠?
주름살이 많은 기사가 말했다. 대명리조트는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 있었다. 그런데 상냥하던 기사 양반, 비 내리는 길을 달리면서 날씨에 불만이 많았다. 비가 내리면 영업에 지장이 많은가? 불편이야 하겠지만 영업하고 비하고는 상관관계가 있나? 싶은데,
그 주름살은 계속 중얼거리면서 달린다. 무슨 놈의 겨울비가 이렇게 온종일 오느냐,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는데 춥지도 않고 봄날같이 비만 내리니 겨울이 없어진 게 아닌가, 이래서야 어디 가을에 풍년이 들겠는가, 이렇게 겨울에 비가 많으면 정작 물이 필요한 봄에는 가물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말도 했다.
-이게 모두 지구 온난화 현상 아닐까요?
내가 거들었다. 하지만 주름살은 수긍하지 못한다. 못마땅한 곳이 따로 있는 듯하다.
-대통령 기자회견 잘하던가요?
날씨 타령에 지친 내가 화제를 돌렸다. 주름살은 나를 힐끗 쳐다보고는 말을 아꼈다.
-그 나물에 그 밥이지요.
그의 동문서답이 나의 허를 찌른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정치가 제대로 안 돌아가니 국민이 고달프지 않겠느냐고 내가 운을 떼니, 지금 청와대와 여당 얘기하고 있는데 야당은 왜? 끌어들이느냐는 식이다. 늙은 기사 양반은 또 허를 찌른다, 아프다.
인천에서는 유치원 선생이 아이를 내동댕이쳐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 안산에서는 인질범이 사람을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그의 딸을 성폭행하고, 또 죽였다 하니, 이 무슨 날벼락입니까, 이런 막가는 세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등등.
그는 요즘 신문 사회면을 해설하면서 불만 겸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그는 또 정치를 이렇게 비판했다.
-국민만 보고 정치하겠다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나니 문고리만 보고 정치하고, 청와대와 한 몸이라던 집권당 대표는 국회의사당에서 청와대발 K, Y가 어쩌고저쩌고하는 수첩이나 보고 정치하고, 그러니 그 나물에 그 밥이지요.
*말하는 주름살 속에서 나는 백성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아~ 백성은 역시 정확하고도 위대하다.*
-그러게요. 세상이 어째 뒤숭숭합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말이지요. 그건 그렇고 요즘 올레길 걷는 사람들 좀 있나요?
내가 정작 궁금한 것을 물었다. 늙은 기사 양반은 아쉬운 듯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올레요? 처음엔 굉장했죠. 택시업계도 좋았고, 음식점들도 많이들 환영하는 분위기였지요. 시에서도 올레 때문에 제주경제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환영했었죠. 뭐 세상이 건강, 건강하니까, 매력이 있었겠죠. 언론에서도 힘을 실어주니 제주 사람들도 많이들 희망을 걸었어요. 근데, 요즘은 올레길 걷는 사람들 구경하기 힘들데요.
-오, 그래요? 의외인데요. 왜 그럴까요?
내가 말했다.
-음, 한국 사람들 냄비근성이 심하죠. 해군기지 사건도 있고, 겨울이라 날씨도 그렇고 뭐, 지금 경제도 엉망이니 그 탓이 제일 크지 않을까요. 글쎄, 잘 모르겠네요.
그가 말했다. 17)-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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