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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길 위의 풍경>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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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4. 8. 2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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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사는 사람은 우울한 사람이고 미래에 사는 사람은 불안한 사람이며 이 순간을 사는 사람은 평안한(행복한) 사람이다.* 각설하고,

 

~, 제주도를 다시 생각해 보자. 태풍의 눈꺼풀을 한 겹 벗겨주는 섬, 심오한 자연유산에 수산자원의 보고, 사시사철 싱싱한 채소를 키우는 섬, 그뿐일까? 지도를 보자.

 

()으로는 일본 열도와 마주하고, (西)로는 바다 건너 대륙과 마주 보고, ()으로는 난세이 제도를 넘어 태평양으로 뻗어가고, ()으로는 대륙과 통하는 섬, 소통(疏通)의 섬, 그런 섬을 누군들 귀중하게 여기지 않을 국민이 있을까.

 

그리고 지도를 거꾸로 한 번 돌려보자. 섬은 밑에서 받치고 있는 게 아니라 한반도 머리 위에 떠 있는 별이어라. 상상해 보라, 세상이 얼마나 넓어지는가. 그래서 육지인인 나는 별나라로 여행하는 기분이어라. 마음을 바꾸니 얼마나 환상적인가. 평소 제주에 올 때마다 느낀 제주의 가치를 나는 주름살 기사 양반에게 말했다.

 

-사람들이 제주도의 가치를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크고 높은 섬이 제주도고, 세계에서 알아주는 자연유산이 많은 섬이 제주도 아닙니까! 일 년에 일천삼백만 명 이상이 몰려오는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지가 제주도 아닙니까. 만약 제주도가 없다면 대한민국이 얼마나 삭막할까요. 우리 대한민국의 진주가 제주도라 생각합니다.

 

-고마운 말씀이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주름살이 말했다.

 

길의 존재 이유는 그곳을 그곳답게 만드는 것이라는 걸 나는 올레를 걸으면서 느꼈다. 올레길이 있었기에 제주도가 더욱 제주도다워졌다는 말이다. 그 말은 제주도의 정체성을 살렸다는 말과 통한다. 비약하자면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해외여행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이다.

 

자칭 중산층, 해외여행 한 번 하려고 생각해 보시라. 생각만큼 만만치 않더라. 팍팍한 생활비 속에 경비를 어떻게 마련할까, 그럼, 배낭 여행하라고, 배낭여행도 돈이 필요하고 게다가 말도 안 통하니 얼마나 불편할까! 무엇보다도 내겐 그럴 용기가 없다.

 

그런데 제주도는 어떤가, 비행기를 타면서 해외 기분도 느끼면서, 풍경도 좋고 날씨도 따뜻하고, 말도 자유롭고, 또 음식은 얼마나 다양한가, 축복받았소이다.

 

더욱이 요즘 항공사들이 가격으로 경쟁하고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서울, 부산 간 KTX 요금보다도 싸다니, 예전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 부자들이야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말이다.

 

내가 이런 논조로 제주도의 자존심을 세웠었나? 기사 양반의 주름살이 좀은 부드러워 진듯하다.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자신의 마음속 응어리를 토로하고 나면 순화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 아니겠는가.

 

숙소에 도착하니 우리가 좋아하는 온돌에다가 싱크대가 있는 방이 배정되어 있었다. 침대는 어딘가 불편하다. 그래서 평소에도 침대보다는 온돌을 좋아한다. 게다가 싱크대까지 있으니, 마음에 맞는 요리 실습하기도 좋겠다고 생각하니 기분도 좋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TV 뉴스에서 내일 날씨도 좋아진다니, 긴장된 우리의 마음도 풀린다. 나는 기대감에 부푼 가슴을 안고 이불을 펼쳤다. -18)-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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