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길 위의 풍경>- 두 번째 이야기
<내 삶에 가장 큰 은혜를 베푼 요소는 여행과 꿈이었다. 죽은 사람이거나 살아 있는 사람이거나, 내 일생에 도움이 된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내 영혼에 가장 깊은 자취를 남긴 사람들의 이름을 대라면 나는 호메로스, 붓다, 니체, 베르그송, 조르바를 꼽으리라>
니코스 카잔차키스(1883~1957)가 한 고백이다. 『영혼의 자서전』(열린 책들, 안정효 옮김) 하권 619쪽.
*주) 호메로스는 기원전 800년~ 750년 사이에 살았고, 트로이의 목마로 유명한 대 서사시 『일리아스』와 그 후속편인 『오디세이아』를 저술한 고대 그리스의 시인이요,
붓다는 기원전 600년경에 인도의 카필라국의 태자로 태어나 자신의 지위를 버리고 출가한 뒤 6년간의 수행을 거쳐 모든 번뇌를 끊고 무상(無想)의 진리를 깨달아 중생을 교화한 석가모니의 존칭으로 다른 이름으로 <부처>라 하며,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는 1844년에 태어나 1900년에 사망한 독일의 철학자, 문헌학자, 시인, 음악가로서 그가 주장한 주요 철학적 사상은 <신은 죽었다>, <힘에의 의지>, <위버멘쉬>, <영원 희귀>, <운명을 사랑하라> 등이 있다.
앙리 베르그송은 1859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1941년 사망한, 대 철학자로 1927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주요 저서로는 『창조적 진화』, 『형이상학 개론』 등이 있다.
조르바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이자 <기오르고스 조르바>라는 실존 인물이다.
-나는 조르바의 품 안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억눌러야 했다. “조르바 씨, 이야기는 끝났어요. 나와 같이 갑시다. 마침 크레타엔 내 갈탄 광이 있어요. 당신은 인부들을 감독하면 될 겁니다. 밤이면 모래 위에 다리를 뻗고 앉아 먹고 마십시다. 내겐 계집도 새끼도 강아지도 없어요. 그러다 심드렁해지면 당신은 산투르(기타와 유사한 악기)도 치고……”
-기분 내키면 치겠지요. 내 말 듣고 있소? 마음 내키면 말이오, 당신이 바라는 만큼 일해 주겠소. 거기 가면 나는 당신 사람이니까. 하지만 산투르 말인데, 그건 달라요. 산투르는 짐승이오, 짐승에겐 자유가 있어야 해요. 제임베키코(소아시아 해안 지방에 거주하는 백족의 춤), 하사피코(백정의 춤), 펜토잘리(크레타 전사의 춤)도 출 수 있소. 그러나 처음부터 분명히 말해 놓겠는데, 마음이 내켜야 해요. 분명히 해둡시다. 나한테는 윽박지르면 그때는 끝장이에요. 결국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겁니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그리스인 조르바』(열린 책들, 이윤기 옮김) 24쪽.*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크레타 이라클리온에서 태어나서 74세에 백혈병으로 사망함. 시신은 크레타로 운구되어 안치되었으며, 그의 생전에 준비한 묘비명이 새겨짐,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인이다” 내가 생각해도 인류 최고의 묘비명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그의 자전적 소설이다. 각설하고,
그가 거명한 사람들은 전부 여행을 좋아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여행은 행복의 척도가 된다. 나도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나도 여행을 즐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외친다.
-그래 바보야, 문제는 여행이야! 으하하.
새해가 밝은지도 두 주가 지나니 몸이 쑤시고 갑갑하다. 짐을 챙겼다. 어둠이 깔린 제주공항 활주로는 빗줄기에 흠뻑 젖어있었다. 트랙을 내려서니 겨울비가 겨울비답지 않게 세차다.
이럴 땐 버스보다 택시가 편하다. 그런데도 평소처럼 <여행은 대중교통이야> 하면서 원칙 운운하다가는 어부인한테 융통성 없는 사람이라고 구박받기 십상이다.
-대명리조트로 갑시다!
공항 로비에 정차되어 있는 택시 뒷문을 열면서 내가 말했다. -16)-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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