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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길 위의 풍경>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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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4. 8. 1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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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길 위의 풍경>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렇다고 이 추운 한겨울에 가야 하는가. 주중 내내 강풍과 폭설로 외출도 자제하라는 일기예보가 최후통첩처럼 텔레비전 자막을 메우고 있는 이 시기에 가야 하는가는 나도 의아하다.

 

더욱이 동행하는 어부인(어렵고 까칠한 부인, 혹은 어질어 빠진 부인)의 볼멘소리를 물리치고 결행한 내 용기에 나도 경탄해 마지않는다.

 

때는 갑오년(2014)도 저물어 가는 12월 초, 730분에 제주국제공항에 내렸다. 어둠이 깔린 공항에는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아스팔트가 눈부시다. 지금은 비는 그치고 흐릴 뿐이지만, 비 온 자국이 완연(宛然)하다.

 

다행이다 싶어, 심호흡으로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마중 온다던 친구가 얼굴 대신 목소리로 인사한다. 그 친구는 다음 회에 좀 더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 친구야, 길이 얼어 공항 가는 고개를 넘을 수가 없다~, 내 차는 사륜구동이 아니라서 그래, 체인 감은 콜택시를 이용해. 너 배고프지만 좀 참아. 나도 저녁 안 먹고 제주 흑돼지 삼겹살 사놓고 기다리는 중이야, 알았지, ~렁 오랑~!

 

전라도 사투리가 나의 귓전을 때린다. 스마트폰으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다급하고도 명령조다.

-겨울이면 눈구덩이에 살면서 그런 고물차를 타냐? 뭐 이런 찌지~리 하고는- 내가 중얼거리는 말이다.

 

나는 어부인 앞에서 체면이 상한 것에 약간 속이 뒤틀리기도 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친구가 야속하기도 하여, 한소리하고는, 택시 승강장으로 갔다. 서귀포 방향으로 가는 승강구에 택시들이 몇 대 줄지어 서 있다.

 

-남조로 길 <제주 TS 유스호스텔>까지 가는데요?

늙수그레한 기사 양반, 우리 부부를 쳐다보더니 마땅찮은 듯 입을 연다.

 

-좀 위험할 건데요, 눈도 쌓여있고 길도 얼어서, 스노타이어이긴 하지만도, 이럴 땐 위험수당을 좀 주셔야~~걸요 아마~.

 

사돈이 남 말하듯 하는 그 기사의 속셈을 내가 모르랴, 목마른 놈이 새미() 판다고 그래 3만 원에 갑시다! 했더니 평소에도 3만 원인데 하면서 뒷짐을 진다.

 

결국 만 원짜리 한 장 더 약조하고 차에 올랐다. 승리한 기사의 등짝을 바라보며 무심으로 차창으로 눈을 돌렸다. 차가 도심을 벗어나니 차창 밖으론 설국이 펼쳐지고, 차의 속도는 줄어들고 다니는 차들도 없다.

 

공항에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섬의 풍경이다. 섬 날씨는 위가 다르고 아래가 다르고, 산이 다르고 해변이 다르다는 말이 실감 난다. 중산간에 있는 친구의 사정이 눈에 보인다.

 

그가 사기 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나는 어부인의 옆얼굴을 훔쳐보면서 안도의 숨을 쉬었다.

 

평소에는 40분이면 가는 길이라는데, 도착하니 시침은 9가 넘었다. 그 밤에 그와 우리는 한라산(제주의 대표 브랜드인 소주) N+1병을 마셨다. 술잔 주고받으며 그간의 사정도 주고받았다.

 

직장 퇴직 후 5년간 은둔하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겠는가. 그의 얼굴과 말에서 묻어난다. 그의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제주 올레 이야기로 들어가자. 2)-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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