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길 위의 풍경(1)- 걷기를 시작하며
근대철학자 데카르트(1596~1650)는 《방법서설》이란 그의 책에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자기 철학의 제1원리로 세운 바 있다.
만약 그가 오늘날 살고 있다면 아마도 또 하나의 다른 명제를 창안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걷는다, 고로 나는 생존한다’라고 말이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 이 말이 사회적으로 인정된 통설(通說)이니 생각이 인생을 좌우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생각 이상으로 행동이 중요하다고 본다. 행동은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몸뚱이가 움직여야 하는데 그것은 발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발은 몸을 지탱하며 서고 걷기 위해 있는 것이리라. 그러면 어디에서 서고 걸을까? 물론 아무 데나 걸어도 나쁘지는 않겠으나, 이왕이면 이름있고 풍광 좋은 곳에서 걸어야 하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사람이 걷고 감명받았다는 저 유명한 스페인 <산티아고> 길이나, 티베트의 <순례길>이나 『Wild』(2012년 10월, 나무와 철학사, 옮긴이 우진하)의 저자 셰릴 스트레이드 (1969~현재)가 걸었다는 4,285 Km의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홀로 걷고 싶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원대한 용기는 없다.
농협에 39년을 근무하고, 남해화학에서 사외이사로 2년을, 그 후 경기도 남양농협에서 상임이사로 또 2년을 봉직하고 2014년 겨울이 되었다. 이제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제주올레길을 완주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성우제(캐나다 거주)는 제주올레를 완주하고 책 한 권을 펴냈다. 그의 올레 완주기 《폭삭 속았수다》(도서 출판 강, 2014년 1월)에 이런 글이 있다.
<2007년 9월 17일 제주올레 1코스가 열린, 그날은 우리나라에서 ‘걷기’라는 새로운 문화가 탄생한 날이다. 느리게 가자는 걷기 문화가 이토록 빠르게 널리 확대되리라고는 애초에 그 문화를 만든 당사자도 몰랐을 것이다. 올레길은 이제 제주올레를 지칭하는 고유명사일 뿐만 아니라 걷는 길을 뜻하는 보통명사가 되어 버렸다>
<폭삭 속았수다>는 <정말 수고했습니다>의 제주어고, <올레>는 자기 집 마당에서 마을의 거리길로 들고나는 진입로의 제주어다. 지리산 산골의 첩첩산중에서 자란 나 같은 사람은 청정지역인 제주 바다라 하면, 신비감에 몸이 오그라들 정도다.
십수 년 전 현직 시절, 명예 퇴임 기념으로 10일간의 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내에서 귀가 찧어질 것 같고 가슴이 답답해서 혼이 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장거리 여행은 사양하는 편이다. 그러니 동남아시아나 가까운 제주가 내가 여행하기 딱 좋은 곳이다. 1회)-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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