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나들이
올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피서철이 지나기는 했지만,…… 설악산으로 떠나기로 했다. 우리 일행은 어머니와 두 이모 그리고 나와 아우(상준), 이렇게 다섯이다. 2018년 9월 15일, 아침을 간단하게나마 일찍 먹고 길을 나섰다. 이번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여행길이다.
여행에는 자연 경비가 필요하므로, 지난해의 경우는 어머니와 이모들이 아르바이트로 마련하였다. 아르바이트란 막내 이모의 딸이 학교 급식용 업체를 경영하는데, 그 업체가 필요로 하는 무, 배추. 양파, 당근, 오이 등 부식 거리를 다듬는 일을 공동으로 작업하여 조달하였다.
그런데 올해에는 일거리가 많지 않아서 목표 금액(백만 원)을 다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막내 이모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거금을 보태서 백만 원을 채워, 떠나는 여행이었다. 아우는 지난해처럼 올해도 운전하고, 나는 총무를 맡아서 경비를 집행하기로 했다.
내가 총무를 자청한 것은 2016년에 뇌출혈로 입원한 이후에 기억력이 회복되지 못해 가끔은 깜빡거리는 현상을 만회하기 위해서였는데, 역시 여행 중에 비용지출 문제로 많이도 헤맸다. 하하하.
한편, 지난 9월 5일이 아버지 기일(忌日)이었다. 기일에 묘소에 가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서 가는 길에 산소에 들렸다. 2007년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육이오 참전용사로 지금은 대전현충원에 영면해 계신다.
현충원 입구 매점에서 꽃과 토마토 주스, (선친께서는 생전에 토마토 주스를 특히 좋아하셨다) 등 간단한 제수 물품(약 2만 원 상당)을 준비해, 고인께 잔을 올리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차에 올랐다.
아침도 부실하였고, 쉬어도 갈 겸해서 횡성휴게소에 들러, 그 유명한 안흥찐빵(7천 원)으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 목적지로 달렸다. 대관령을 지나 주문진항으로 향했다. 시계는 거의 2시가 되었다.
일행은 주문진시장에서 산오징어와 고등어 그리고 대게 등 횟거리를 샀다. (대게 10만 원, 오징어와 고등어 5만 원) 그리고 곧 다가올 추석에 쓸 건어물 17만 원을 사고, 생선가게 주인의 안내를 받아 시장 안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채소. 밥. 음료수는 별도로 계산. (식당 3만 8천 원)
식당에서 포식하고 설악산 신흥사로 들어섰다. 일주문에서 사진을 찍고 경내로 들어서려는데 길섶 오른쪽에 큰 좌불(座佛)이 눈길을 끈다. 부처님의 표정이 이상야릇하다. 이어 기와 불사 접수처에서 기와 한 장에 <이수점 무병장수>라는 글을 쓰고 불사(佛事)하였다. 참고로 이수점은 어머니의 성함이다.
극락보전에 들려 큰절하고, 케이블카(경로우대 할인이 없어 이용료 5만 원을 지출)를 타고 권금성 정상에 올라 보니, 정상은 높고 아찔거렸다. 불행스럽게도 안개가 시야를 가려 그 좋다는 조망은 보지 못했지만,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호사는 누렸다. 모두 처음 타보는 케이블카다.
신흥사를 관광하고 숙소 부근의 식당에서 막국수를 먹었다. 어머니는 점심을 너무 잘 먹어 배가 부르다며 사양하여 4그릇만 시켰는데 맛이 일품이었다. 나도 배가 불렀지만 하도 맛이 좋아, 막국수를 막 먹었다, 주인 여자도 메밀은 소화가 잘된다며 먹기를 권했으니……
식당에서 또 포식하고 숙소인 농협 보험 수련원에 들어섰는데 안내석 직원이 사진이 찍힌 신분증을 요구하였다. 예약하고 계산까지 했는데 신분증을 보자니 황당하기도 했다. 주민등록증을 안 가지고 와서 한바탕 혼욕을 치른 후, 결국 타고 온 차량번호와 신용카드로 본인 확인에 대하고 겨우 입실하였다. 흑흑흑.
다음 날 인근에서 유명하다는 식당에서 황태해장국으로 아침은 먹고(7만 원, 맛은 보통) 월정사와 상원사로 향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상원사로 가기 전에 월정사가 있었는데 우리는 월정사는 보지 못하고 바로 상원사로 올라갔다.
상원사 입구의 <오대산 상원사>라는 듬직한 바위가 우리를 반긴다. 바위에는 <적멸보궁 문수 성지>라는 여덟자가 새겨져 있었다. 산을 조금 오르니 <오대 서약>이라는 작은 간판 하나가 반긴다. 간판에 전하는 5대 서약(誓約)을 소개하면,
하나) 다른 생명을 아끼면서 함께 살아갑시다. 둘) 남의 것 욕심내지 말고 자기 살림을 아낍시다. 셋) 맑은 몸과 정신을 가지고 바른 행동을 합시다. 넷) 남을 존중하고 말씀을 아낍시다. 다섯) 밝은 생활을 하면서 좋지 못한 것을 하지 맙시다.
-모두가 아는 소박한 말이다. 중생들이 새겨야 할 말이리라. -2~1)-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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