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흔적을 찾아서
2016년 5월 5일 오후 7시 19분, 나는 졸지에 쓰러져 119 신세를 지고 병원에 실려 갔다. 뇌졸중이었다. 천만다행이랄까, 수술 없이 바로 퇴원할 수 있었다, 평소 병원 한번 가본 일이 없는 나에게는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였다.
두 번째는 그로부터 13일 후인, 5월 18일 밤 11시 33분에 일어났다. 경상대학병원에서 수술까지 받았다. 좌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우뇌가 언어력 즉, 우뇌가 국어라면, 좌뇌는 수리력, 산수와 같다고 한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우뇌의 손상이 적었다는 증거라고 이해한다.
그 어렵다는 뇌수술을 한 후, 휠체어 신세도 지고 재활치료도 받는 등, 힘든 병상 생활을 마감하고, 6월 23일 퇴원하였다. 37일간의 짧지 않은 투병 생활이었다. 그간에 많은 분께서 병문안도 해 주셨는데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 후 서울로 병원을 옮겨 주기적으로 치료도 받았다. 치료는 성공적으로 진행되는가 싶었는데, 난데없이 또 한 번 쓰러지고 말았다. 처음 쓰러지고 6개월이 지난, 12월 5일 밤 8시 32분에 세 번째로 병원에 실려 갔다. 구급차 안에서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무진 힘썼다.
의사의 말씀으로는 수술한 뇌에서 혈관과 신경이 살아나 서로 부딪치며 일시적으로 발작을 일으키는 현상이라고 하였다. 뇌전증이었다. 다행히 간단한 응급처치로 퇴원했지만, 너무나 황당하였다.
결론적으로 한 해에 무려 3차례나 119 신세를 진 셈이다. 지금은 많이 호전되어 정상적인 활동에는 큰 불편은 없다. 아내와 함께 시장도 보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자동차 운전도 조금 하고, 등산도 가고, 약주도 한 두잔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일상생활에는 정상인과 다를 바가 없다.
여기에는 가족들, 어머님과 아내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임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내는 내가 입원한 사이에 나와 같은 병원에서 열공성 망막박리로 수술도 받았다. 내가 얼마나 집사람을 괴롭혔으면 눈까지 망가졌겠는가. 그녀에게 미안하기 그지없다.
가족 중에 이런 환자가 있다면 그 가족은 얼마나 힘들까 걱정스럽다. 그런 가정에 위로를 보낸다.
그러나 아직도 몇 가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우선, 어제 한 일도 아마득한 옛일처럼 느껴지고, 가끔은 지갑이나 손수건을 어느 호주머니에 넣었는지 헷갈리기도 하고, 수일 전에 일어난 일도 깜빡거린다. 노화 현상이라기엔 심각하다는 생각이다. 퇴원 후에 얼마나 걸었던지 오른쪽 발톱이 다 빠져서 새로 나기도 했다.
그리고 밤이면 잠을 온전히 잘 수가 없다. 아프기 전에는 한 번 정도 깨었었는데 지금은 몇 차례씩 깨이고 오른쪽 팔다리가 부자연스럽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참고로 나는 직장에서 퇴직한 이후, 살고 있던 서울 아파트를 처분하여 세종에 작은 아파트 한 채를 사고 남은 돈으로 고향인 산청에 역시 작은 집 한 채를 짓고, 조그마한 텃밭도 마련했다. 내가 세종을 선택한 이유는 선친께서 대전현충원에 영면하시기 때문이다. 집과 현충원은 차로 20여 분 거리다.
그 후 세종과 산청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내가 아프기 전까지는 산청에서 어머님과 함께 전원생활을 하였다. 은퇴 후의 전원생활은 누구나 한 번쯤은 희망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은 어머님 혼자서 농사를 짓는다.
다행인 것은 부산에서 생활하던 막내 여동생 가족이 옆에 새집을 지어 함께하고 있고, 주말이면 김해 동생 부부가 찾아와 농사를 돕고 있어 내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이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살다가 이런 일을 당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항상 건강을 챙기는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필요하다고 본다. 평소 술과 담배를 달고 다닌 옛일이 후회스럽다.
그동안 나의 생활 습관을 보면 반성할 점이 너무 많았다. 술은 마셨다 하면 주종(酒種)을 가리지 않았고 그것이 <청탁 불구(不拘)>요, 친구가 청하면 거리를 가리지 않았고 그것이 <원근 불구(不拘)>요, 생사를 생각하지 않음이 <생사 불구(不拘)>다.
게다가 술을 마시면서 담배는 왜 그렇게 당기는 지 소위 줄담배였다. 앞으로는 이런 생활 습관을 고치면서 살아가련다. 과유불급이 원인이었다. 자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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