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 정기총회를 다녀와서
대단한 성황이었다. 육십여 명이 넘는 장년들이 하나가 되어, 한 방에서 1박 2일을 보냈다. <화향천리(花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라, 제아무리 봄꽃 향기가 깊다고 한들 동기들의 정만큼이야 하겠느냐!
4월 18일 오전 11시 부산에서 출발한 관광버스는 마산과 진주를 찍고, 산청에 도착하여 빈자리 없이 가득 채우고 경기도 장흥고을 일영중산농원 행사장으로 행했다. 토요일이라 다소 밀리는 길을 달려 어둠이 내릴 즈음 서울 동기회 친구들의 정겨운 환영을 받으면서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잊었던 얼굴들이 더없이 반갑고 고마웠다.
해마다 이어지는 행사지만 나는 참으로 오랜만에 동참하였다. 먹고 살기가 바빴다는 말도, 만나기 싫은 놈이 있어서라는 말도 소용없는 말이다. 성의가 부족했다는 변명조차도,
봄날의 밤은 짧았다. 겨우 할 말을 끄집어냈을 뿐인데, 술 한 잔 시작하는 중인데, 그 친구 소식을 물으려는 중인데, 노래 한 곡조 뽑으려는 중인데, 친구 손 잡고 뽕짝 한 바퀴 돌리려는 중인데. 밤은 가고 아침이 왔다. 날씨는 흐렸지만, 마음은 쾌청하다.
다음날, 서울 친구들이 준비한 일정에 따라 임진각 국민관광지로 향했다. 차에서 내리니 봄비가 봄비답게 차분히 내린다. 마침 정 회장이 준비한 우산이 더없이 요긴하다. 앞을 내다본 회장의 준비성에 친구들 입에서 칭찬이 쏟아진다.
그래, 고마운 일이다. 준비한 회장이나 칭찬하는 친구들이나, 칭찬하는 분위기가 나는 좋더라. 관광지는 내국인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았다. 국제적이다. 그것 또한 고마운 일이다.
사실, 임진각 국민관광지는 하루해를 넘겨도 좋을 역사의 현장이다. 일만 삼천여 전쟁포로들이 자유를 찾아 걸어서 넘어온 <자유의 다리>를 멀리서 바라보고, 전쟁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았음을 느낀다.
쓰러져있던 철마를 문화재로 복원시켜 전쟁유물로 전시한 <장단 역 증기기관차>, 무게가 21톤에 달한다는 <평화의 종>, 실향민을 위한 <망배단>, 1983년 KBS의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때 배경음악으로 유명한 잃어버린 30년의 <망향의 노래비> 그리고 임진각 전망대 <하늘마루>를 주마간산으로 걸으며 오두산성 통일전망대로 향했다.
산성에 오르니 빗속에서도 활짝 핀 벚꽃이 우리를 반긴다.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 북한과의 직선거리 460m, 해발 118고지 烏頭山의 정상은 자욱한 비안개 속에서 말이 없다.
우리는 말 없는 오두산을 내려와 잠시 우왕좌왕하다가, 점심으로 설렁탕 한 그릇에 소주 한 병을 비우고 서울 동기들의 환송 속에서 전세버스의 방향을 남으로 남으로 돌렸다.
오는 길에 대전 어딘가에 친구 셋을 이별하고, 함양휴게소에서 못다 한 정을 잠시 나누고, 버스는 어제 왔던 길을 찾아 내려가는데, 차 속에서의 음악과 율동과 음담은 심신을 풀어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우리들의 영원한 고향 산청에서 내린 동기들은 저녁으로 산나물 비빔밥 한 그릇 비우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내년이 기대된다. 그동안 행사 준비한 임원진과 서울 동기회 회원 여러분께 감사 인사드린다. 마지막으로 행사에 참여한 동기들, 고맙다. 늘 행운이 함께하길 빈다.
<후기>
1) 참고로 모교 교가를 불러본다.
(작사 장태식. 작곡 박문선)
*1절 -환아정 역사 이은 거룩한 이 뜰에/ 시종 곧 부드럽게 평화를 외치니/ 이상에 솟음치는 산청 아기들은/ 그 품에 폭 안겨서 넋을 깨치련다. -2. 3절은 생략함
2) 우리 동창회는 총동창회가 있고 지역동창회가 있다. 총동창회는 산청에 본부가 있으며 지역동창회는 서울. 부산. 창원. 진주에 있다. 동창회 모임은 지역동창회가 돌아가면서 주관하는데 2015년도에는 서울동창회가 주관하였다.
3) 동창회는 2016년에도 계속해 오다가 그 후에는 내가 쓰려지는 바람에 참석 못해서 알지 못하나 아마 코로나 사태로 중단된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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