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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살이>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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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4. 7. 2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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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월에 나는……> 총무팀 한인순

 

지난 1년 동안의 백수 생활을 끝내기 위해 나름대로 야무지게 운동화 끈을 묶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백수 생활에 대한 변명거리는 많았다.

 

2004년 졸업 후 그 한가한 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모아 논 돈으로 한 달 동안 유럽 여행도 다녀왔었고, 무남 4녀 중에 과감하게 첫 단추를 풀었던 둘째 언니의 결혼식과 식이 끝나고 정말 오랜만에 떠났던 가족여행……

 

하지만 그 운동화 끈은 두 달이나 갔을까? 3월쯤 되었을 때는 이미 끈은 너덜너덜 풀어져 또다시 침대 끝에서 반대편 끝 쪽으로 굴러가는 것조차 나에게는 너무나 힘들고 그렇게 귀찮아졌었다.

 

거기다가 옆에 있으면 하루가 멀다고 으르렁거리고 싸우면서 막상 없어지면 제일 먼저 찾던 셋째 언니마저 그해 1월 말에 유학을 떠나고 나니, 나의 생활처럼 눈가의 다크서클도 점점 어두워졌다.

 

백수 생활 1년 정도 되면 슬슬 집에서 눈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부모님은 어쩌면 더 일찍 눈치를 주셨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나에게는 그때부터 집에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밖에 나가 취업전선에 뛰어들기엔 3월 날씨가 아직은 너무 추웠고 늦게까지 잠을 자기엔 밖이 너무 밝았다.

 

그런 중 우리집에 우편물 하나가 도착했다. 셋째 언니 앞으로 온 것이었는데 언니가 졸업하고 바로 유학을 떠난 터라, 청년실업이 40만이던 요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라는 취업 사이트 전단 물이었다.

 

주인도 없는 우편물을 내 맘대로 뜯어보았다. 그리고 아무 생각도 없이 컴퓨터를 켜고 사이트 주소를 쳤다. 희망 지역에는 서울을, 희망 직종에는 일반 사무직을 쳤다.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욕심을 버리고 지역을 경기도로 치고, 직종을 금융으로 쳤다. 도대체 왜 그랬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지금 생각해 보면 클릭을 잘못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러자 태평역 보도 10분 거리 농협 성남시지부라는 문구가 떴다. ‘태평역이 어디야? 라는 생각으로 네이버에서 다시 태평역을 검색했다.

 

어렸을 적에 할아버지 할머니 손을 잡고 중앙시장에서 찐 옥수수랑 꽈배기랑 참 많이도 사 먹었고, 그 당시 나의 머리, 의상, 신발 모두가 중앙시장 표였음을 자부했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지나고 나니 그곳에 지하철이 생긴 줄도 몰랐다. 면접은 내일까지였다.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준비 서류를 챙겨 다음날 면접을 봤다.

 

그런데 면접 본 날 저녁때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일은 못 해도 되니까 우선 청소나 열심히 해보라는 시지부 정 모 총무과장님의 말씀을 뼈에 새겼다.

 

처음에는 컵도 많이 깼고 지각도 하루걸러 한 번씩 했었다. 사무실에서는 눈만 마주쳐도 인사를 했고 어떤 때는 종이컵을 입에 문 채로 들어오는 손님에게 인사를 한 적도 있다.

 

하루에 하나씩 10달을 배워갔다. 차장님이 과장님보다 높다는 것부터 농협 직원 되기가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것까지……

 

그리고 2005년을 마무리하고 2006년을 시작하는 지금은……다시 처음의 자세로 새로운 사무실에서 새로운 것을 하루에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

 

입금은 2, 출금은 3…… 농협 수표는 입금하기 전에 먼저 떨어야 하고, 신규 가입 고객 중 카드랑 인터넷뱅킹, 텔레뱅킹까지 하는 손님은 정말 너무 힘들다는 것까지 마지막으로 2005년 신데렐라는 한인순 씨였다는 어느 높은 분의 말을 떠올려본다. ()

 

~, 똑순이 우리 인순 씨 반가워요. 한 편의 잘 쓴 수필을 읽는 느낌을 받았어요.

 

생각하면 키는 보통에 특히 눈이 올망졸망해 무척 귀여웠지요.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승진도 많이 하셨겠지요. 결혼도 물론 하셨을 테고요.

 

아기 낳고 키우고 오순도순 잘살고 있겠지요. ~ 생각하면 내 그럴 줄 알았어요. 안 봐도 비디오지요. 똑순이니까요, 언제 우리가 다시 만나면 그때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워봅시다. 그럼~ 안녕! -38)-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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