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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살이>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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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4. 7. 2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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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할지 모르겠으나 나는 감히 여러분께 이렇게 묻는다. 과연 여러분은 시를 대할 줄 아는가. 시를 만날 준비라도 되어 있는가.

 

하다못해 집안의 제사나 결혼식에 갈 때에도 우리는 옷차림과 마음가짐을 그에 합당한 모양으로 은연중 준비한다. 수학 시험을 치를 때와 영어 시험을 치를 때 우리는 머리와 더불어 마음의 채비도 다소 달리해서 시험에 임한다.

 

그러한 마음의 준비는 대상이 어떻게 나를 대하리라는 예상과 기대의 표현이기도 한 것이어서, 장례식인 줄 알았는데 회갑 잔치였거나 수학 시험인 줄 알았는데 영어 문제지가 닥치면 우리는 낭패스러워지는 것이다.

 

시를 어루만지다김사인도서 출판 B2013년 출간, 17쪽 인용.

 

<자화상> 중원구청 출장소 소장 이현종

 

산모퉁이를 돌아, 논 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 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 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멋진 <자화상>을 남긴 이현종 소장님은 이듬해인 20061월에 정년 퇴임하셨다. 부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때로는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중원구청 출장소 김종미

 

삶에 대한 가치관이 우뚝 서 있어도 때로는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가슴에 품어온 이루고 싶은 소망들을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으로 살피는 하루를 살다가도 때로는 모든 것들이 부정적으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완벽을 추구하며 세심하게 살피는 나날 중에도 때로는 건성으로 지나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정직함과 곧고 바름을 강조하면서도 때로는 양심에 걸리는 행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포근한 햇살이 곳곳에 퍼져있는 어느 날에도 마음에서는 심한 빗줄기가 내릴 때가 있습니다.

 

따스한 사람들 틈에서 호흡하고 있는 순간에도 문득, 심한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행복만이 가득할 것 같은 특별한 날에도 홀로 지내며 소리 없이 울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재미난 영화를 보며 소리내어 웃다가도 웃음 끝에 스며드는 허탈감에 우울해 질 때가 있습니다. 자아도취에 빠져 스스로 만족감 중에도 자신의 부족함이 한없이 느낄 때도 있습니다.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할 일이 쌓여 있는 날에도 머리로 생각할 뿐 가만히 보고만 있을 때가 있습니다. 내일의 할 일은 잊어버리고 오늘만 보며 술에 취한 흔들리는 세상을 보고 픈 날이 있습니다.

 

한 모습만 보인다고 하여 그것만을 보고 판단하지 마십시오. 흔들린다고 하여 곱지 않는 시선으로 바라보지 마십시오. 사람의 마음이 늘 고요하다면 그 모습 뒤에는 분명 숨겨져 있는 보이지 않는 거짓이 있을 것입니다,

 

가끔은 흔들려 보며 때로는 모든 것들을 놓아봅니다. 그러한 과정 뒤에 오는 소중한 깨달음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시 희망을 품은 시간 들입니다. 다시 시작하는 시간 들 안에는 새로운 비상이 있습니다.

 

흔들림,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 한 모습입니다. 적당히 소리를 내며 살아야 사람다운 사람이 아닐까요. 매 순간 흔들림에 스스로가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릴 때마다 나의 주위 사람들은 실망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역경이 저를 흔들리게 하겠지만 사랑하는 우리 가족을 위해 그날그날에 최선을 다하며 더 열심히 살아갈 겁니다. .

 

<때로는 흔들릴 때도 있습니다>라는 멋진 한편의 시를 남긴 김종미 씨는 이듬해인 2006년도에도 중원구청 출장소에 근무한 이후 지금 어디서 근무하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어디에서 무엇이 되어 살아가시던 항상 건강하시고 행운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 -39)-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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