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낙타>

시평

by 웅석봉1 2024. 6. 10. 12:40

본문

아산 현충사 경내

낙타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신경림의 낙타전문

 

 

*어설픈 해설

 

목을 길게 빼고 웃고 있는 저 사나이를 보라. 구불구불 늘어진 저 허리를 보라. 순진무구한 저 얼굴을 보라! 천하 못생긴 저 긴 네 다리를 보라! 그는 언제 한 번이라도 누구에게 해코지 한 적이 있었던가!

 

저 사나이를 타고 저승길을 가리라. 별과 달과 해와 손잡고 저승길을 가리라.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사래 치며 저승길을 가리라.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저승길을 가리라,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으로 나가라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고 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리라, 무슨 재미로 살았는지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오리라.

 

이 시는 2008창비에서 출간한 낙타라는 시집의 주제 시다.

 

신경림 시인은 2024522, 향년 89세로 복잡한 한 세상 가벼운 마음으로 마치 낙타처럼 이 세상을 하직하여 하늘나라로 올라가셨다.

 

그는 1935년 충북 충주에서 출생하여 충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54년 동국대학교 영문과에 입학하여, 대학 3학년 때, 문예지문학예술낮달, 갈대, 석상등이 추천되어 등단하였다.

 

1965년 우리나라 각 지방을 돌아다니며 사람 사는 이야기와 민요들을 모으는 데 관심을 기울이다가 서울로 돌아와 작품활동을 재개하였다.

 

농무, 새재, 남한강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만해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경기도 일산시에 있는 국립암센터에서 별세,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지는 충북 충주 선영. 유시춘 EBS 이사장은 신경림 시인을 우리 시대의 두보(杜甫, 712~770, 당나라 시인으로 詩聖으로 통함)라고 평했다. 나무위키등 참조.

 

 

'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주 한잔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8) 2024.09.07
<그 여름의 끝>  (3) 2024.09.05
류시화의 <길 위에서의 생각>  (1) 2024.04.24
김사인의 <코스모스>  (3) 2024.02.12
기형도의 <엄마 걱정>  (4) 2024.02.04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