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누구도 핍박해 본 적 없는 사람의
빈 호주머니여
언제나 우리는 고향에 돌아가
그간의 일들을
울며 아버님께 여쭐 것인가.
김사인의 <코스모스> 전문.
<어설픈 해설>
가을이 되면 누구나 춤추는 코스모스를 곁에 끼고 시골길을 걸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길을 걸으면서 불어오는 바람결에 향수를 느끼고 저무는 인생무상을 느낄 것이다.
코스모스는 들판의 꽃이요 갈대의 꽃이다. 바람이 고요하면 하늘거리고 거세면 쓰러질 듯이 요동친다. 코스모스 한 송이는 빈약하고 여리지만, 무리 지어 피면 웅장하고 화려하다. 그래서 코스모스는 민중의 꽃이라 할 만하다.
코스모스는 살이 찌거나 튼튼하지도 않다. 가늘고 연약하다. 그래서 그 누구를 괴롭히거나 해코지할 수가 없다. 항상 외진 곳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하게 피고 지는 꽃이다. 바로 돈도 없고 뒷배도 없는 가난한 서민의 꽃이다.
그러면서 호주머니가 넉넉하여 한 번이라도 먹고 싶은 것 먹어 본 일이 있는 꽃이더냐! 항상 빈 호주머니인 추운 인생의 꽃이다.
그런데, 그런 가난한 꽃이라 해서 어찌 고향이 없을 소며 어찌, 할 말이 없겠는가! 오히려 잘 사는 사람들보다 더 ‘그간의 일들’이 가슴을 찧고 있지 않을까,
그런 아픈 상처를 언제 마음 터놓고 ‘울며 아버님께 여쭐 것인가.’ 이 삭막한 세상을 떠나 언제 우리는 고향으로 돌아가리
시인은 말한다. 코스모스 같은 인생 이제 거두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 고향 가서 그간의 고통을 털어 내고 싶다. 남들은 나더러 교수(동덕여대)하고 있으니 잘 산다고 할지 모르지만 내 마음은 그게 아니다.
아직도 마음은 감옥 안이다. 그 시절 얼마나 감옥을 들락거렸는가. 그때 신세 진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시인은 말한다. ‘입은 은혜 산같이 무겁고 끼친 폐 처처에 즐비하다. 미안이니 감사니 하는 말들은 헛된 수사일 뿐이다.’라고
시인은 왜 어머니가 아니고 아버지께 울며 여쭙고 싶었을까? 사나이라면 알만하지 않겠는가, 자고로 어머니는 인정이 많고 자상하다. 그러니 어찌 그런 어머니 앞에서 차마 그런 일들을 다 여쭐 수 있겠는가, 그러니 대범한 아버지일 수밖에,
<시인 소개>
김사인(1956~현재)은 충북 보은에서 출생하여 대전고교, 서울대학교 국문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하고, 민족 문학 연구소 부소장, 동덕여대 교수, 해인 승가대학 강사, 한국번역원 원장 등을 역임함.
1982년 동인지 『시와 경제』 창간 동인으로 활동, 시집으로 『가만히 좋아하는』, 『밤에 쓰는 편지』, 『시를 어루 만지다』, 등 다수의 작품이 있고,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함.
위 <코스모스>는 『가만히 좋아하는』 시집에 실린 시다. 《나무위키》, 《위키백과》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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