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의 생각>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는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류시화의 <길 위에서의 생각> 전문.
<어설픈 해설>
길은 어디에나 있는 곳인가요?, 길은 두 발로 걷는 곳인가요?, 길은 누구나 다니는 곳인가요? 길 위에서는 어떤 생각이 나며,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길에서는 집이 없는 사람은 집이 그립고, 집이 있는 사람은 더 크고 아름다운 저택이 그립더라. 집을 떠나 길 위에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더라.
모두가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멀어지더라. 어떤 사람은 울고, 어떤 사람은 웃더라. 길가의 풀잎에 눈길을 마주치지만, 대답이 있을 리 없더라.
살아있는 사람은 죽음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사람은 더 살기를 바라더라. 자유가 없는 사람은 자유를, 자유가 있는 사람은 행복을,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 위에서 쓰러지더라.
사람은 누구나 죽더라. 그러니 아등바등 살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살아가자더라.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열림원, 2015.)에 시린 시.
<시인 소개>
류시화 시인은 1958년 충북 옥천 출신, 본명은 안재찬. 대광고. 경희대학교 국어국문과 졸.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아침」 당선, 1980~1982년 박덕규. 이문재. 하재봉 등과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
주요 시집으로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명상집으로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 등.
수필집으로 『삶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등. 번역서로 『장자, 도를 말하다』, 『한 줄도 너무 길다』. 등.
잠언집으로 『산에는 꽃이 피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등이 있다. 경희문학상(2012), 제비꽃 시인상, 등 수상함. 《다음 백과》, 《나무위키》 등 참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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