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걱정
열무 삽 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기형도의 <엄마 걱정> 전문.
<어설픈 해설>
아~ 가난하다.
우리는 왜 이리도 가난한지
하긴 그땐 모두가 가난했다지만……
가난만 하다면~야 무슨 걱정
아버지도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둘째 누이도 내가 열다섯 살 때 요절하고
나도 뇌졸중으로 스물아홉에 요절하니
아, 이 무슨 고약한 운명이란 말인가.
왜? 이다지도 우릴 괴롭게 하는지
신은 있는가. 죽었는가, 없는가?
기형도(奇亨度) 시인(1960~1989)은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 출신으로 서울 신림중학교(수석 졸업)와 중앙고등학교(수석 졸업)를 거쳐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을 졸업하고,
1984년 중앙일보에 입사, 정치부 문화부 편집부 등의 기자로 활동함.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안개」가 당선되어 등단.
1989년 3월 새벽 서울 종로구 돈의동 파고다 극장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고, 사인은 뇌졸중이었다, 파고다 극장은 게이들이 자주 이용했다는데 시인이 게이는 아닌 듯.
「엄마 걱정」이란 위 시는 첫 시집이자 유고 시집이 된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 지성사 1989년)에 수록된 시. 《나무위키》 《위키백과》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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