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무소장으로 근무하는 동안에는 연말에 어김없이 지인들이나 유관 기관장들께 연하장을 보냈다. 참고로 2004년에 보낸 연하장을 여기 소개한다.
<갑신년 한 해도 아쉬움만 남긴 채 저물어 갑니다. 금년은 대통령 탄핵사태, 총선, 행정수도 이전 문제 등으로 매우 어지러운 해였습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농촌사랑 실천 운동이 많은 국민의 호응 속에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지고 있음은 큰 희망이라 생각합니다. 밝아 오는 새해에는 이 운동이 더욱 발전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항상 부족한 저희를 도와주셔서 감사드리며, 을유년 한해에도 건강하시고 가정에 만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농협 성남시 지부장 신상조 올림>
한편 농민신문사에서는 농촌사랑 국제마라톤 대회를 2002년부터 개최하여 고무적인 반응을 얻었다. 마라톤은 아시다시피 장비 없이도 할 수 있는 좋은 운동이다. 농협에 적합한 운동이라 생각한다. 성남농협 가족들도 첫해부터 10km 단축마라톤에 참여하였다.
내 경우는 2004년 11월 6일에 실시한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10km 단축마라톤에 참가하여 1시간 7분에 주파한 기록이 있다.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그래도 보람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성남시지부에 농정 팀을 신설하여 도시 속에서 농협의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사실 성남시의 농민은 전체 시민의 0.1%도 안 되었다. 거의 없는 미미한 상태였다. 특히 쌀농사를 짓는 농민은 아예 없었고, 채소와 화훼, 과수원(배) 농사를 하는 농민이 육천여 명 정도로 기억한다.
그러나 몇 사람이건,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새농촌 새농협 운동>을 선도한다는 각오와 정신이었다. 도시 속 농협의 역할이 중요하다.
성남에서는 언제나 중앙회와 지역농협이 하나가 되어 움직였다. 성남은 두 개 지역농협과 한 개의 특수농협이 있었는데, 지역농협으로는 성남농협과 낙생농협이고, 조합원 수도 아마 각각 삼천여 명은 되었으리라.
특수농협은 <한국화훼농협>으로 화훼농협은 지역 본부 직속이라 시지부의 관할은 아니지만, 모든 지역행사에는 참여하도록 설득하였다. <한국화훼농협>은 직원 수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당시 화훼조합장님은 상당히 진취적이고 합리적인 분이었다. 아직 초창기라서 큰 역할은 기대할 수 없어 참여에 의의를 두었다.
나는 2004년도 저물어 가는 세모의 어느 날, 두 지역조합장을 모시고 <새농촌 새농협 운동>에 대한 전략회의를 열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우선, 먼저 성남을 사랑해야 농업을 사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성남을 사랑하는 모임을 만들어서 매월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성남시는 3개의 구청이 있었다. 마침 구청마다 농협의 본점도 분할되어 있었다. 시지부는 수정구, 성남농협은 중원구, 낙생농협은 분당구로…
그래서 봉사활동도 구청별로 하기로 했다. 봉사단의 이름도 공모로 지었다. 수정구는 느티나무 봉사단, 중원구는 은행나무 봉사단, 분당구는 분당사랑 봉사단으로 정하였다. 그리고 단장도 정했다. 느티나무 봉사단장은 내가, 은행나무 봉사단장은 성남 조합장이, 분당사랑 봉사단장은 낙생 조합장이 맡았다.
그렇게 하여 우리는 매월 1회 이상 관내의 불우이웃을 방문하여 봉사활동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농번기에는 농촌일손 돕기도 하였다. 봉사활동을 나갈 때는 반드시 도시락을 챙겼다. 농민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나 부담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이런 봉사활동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역시 좋은 전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조직은 성남뿐이 아니라 전국 농촌지역으로 이어져서 농번기에는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돕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지금까지 농촌에는 농번기에 농협 직원이나 공무원들이 농촌 일손 돕기를 하는 정도였는데 성남이 이 운동을 벌이고부터는 전국적이고 상시 적으로 <농촌사랑운동>이 확산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당시 시지부와 지역농협 본점은 물론이고 주요 지점에도 주 1회 직거래 장터를 열어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생산한 조합원이 소비자에게 팔았다.
특히 시지부 주차장의 금요일 직거래장터는 정말 구경거리였다. 많은 조합원이 지부로 몰려들었다. 새벽부터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될 정도로 붐볐다. 그날은 주차장에 주차를 금했기 때문에 직원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하였다.
일부 불평하는 직원들도 있었다고 들었지만, 매사를 잘하자는 취지로 이해해 주었다. 불편을 감수한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13)-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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